비좁은 언덕길 위를 천천히 달려보았다. 반 마일도 가지 않아 눈앞이 확 열리며 철교가 나타나고 밑으로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자 골짜기 속에 숨겨진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 저기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집들이 하늘과 맞닿아 있었고, 누렁 소들이 언덕진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길가의 어느 집 울타리엔 염소 떼들이 몰려다니고 있었고, 염소를 돌보던 맘씨 좋아 보이는 백인 노인이 지나가는 차를 향해 친근한 미소를 보내왔다. 길 중간에서 어느 소년이 당나귀를 타고 차도로 오고 있었다. 나는 마치도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고향의 아이를 만난 듯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소년을 바라보다가 어디서 본 듯한 소년의 얼굴을 대하곤 깜짝 놀랐다. 그 소년은 몇 달 전에 백화점에서 만난 적이 있던 소년이었다. 약 12세정도로 보이는 소년은 친구와 함께 에스카레이터를 오르내리며 장난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엔 붉은 살점이 수탉의 벼슬처럼 이마와 코 위에 늘어져있었다. “아니? 무슨 사고를 당했었니?”내 옆을 숨가쁘게 스쳐 가는 아이를 붙들고 호기심에 물었다. “아니야! 날 때부터 있던 홍점이야!”난 괜히 물었었구나 하는 후회 감으로 바라보았던 바로 그 소년이었다. 마음이 찡해져왔다. 참 좁은 세상이로군! 멀리도 아니고 바로 내 이웃에 살고 있었군! “그곳에 가서 동양인으로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을걸! 백인들 가운데는 아주 보수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많이 있다고 하던데…”“…그래?”몇 년 전, 25여년 이상의 뉴욕의 삶을 떠나 스모키 산자락으로 이사 올 때, 어느 지우로부터 받았던 귀띔이었다. 남쪽으로 이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 이웃마을의 축제에 KKK의 단원모집 전단이 뿌려지고 있음을 발견하곤 소스라칠 수밖에 없었다. 밤에 말을 타고, 하얀 두건과 긴 옷을 입고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흑인들의 집을 불살랐다던…! 영화와 소설 속에서 만 만났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대낮에 두건도 쓰지 않은 채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나는 알지 못하는 두려움으로 되뇌었었다. ‘나는 흑인이 아니야. 당신들의 타격이 될 수 없어! 아니, 백인도 아니지. 당신들의 차별의 저울 속에 결국 자유로울 수도 없겠지! 그런데 나는 당신들 속에서 살기로 작정했어! 당신들이 갖고 있는 타 인종에 대한 편견은 아마도 내가 갖 고있는 편견의 골만큼이나 깊을지도 모르겠지. 나는 갑자기 그 길을 걷는 내 다리가 천근의 무게로 내려앉고 있었다. “우린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멀리하고 있는 것 뿐이야. 우리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우린 곧 서로의 귀한 이웃이 될 꺼야! 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나라고 별 수 있겠는가!”난생 처음 섬뜩한 두려움과 신음 속에 길었던 날이었다. 차를 타면 오 분 거리요, 걷기라도 한다면 삼십여분거리인 가보지 않았던 내 이웃을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곳엔 군중 속에서 만났던 낯선 소년이 살고 있었고, 삶의 희로애락을 살아가고 있는 순전한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고 두려운 얼굴이 내 집 길 건너 이웃에서 나귀를 타고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Kingsport, TN) wanheeyoon@hot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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