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야기
아이들이 어렸을 때 ‘타이거’ 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습 니다. 이 고양이는 교우 한 분이 둘째 아이의 생일 선물로 가져온 것이 었습니다. 타이거는 회색 바탕에, 검은 털이 띠처럼 중간 중간에 둘러 져 있어 마치 호랑이 새끼를 방불케 했습니다. 타이거가 우리 집에 올 때는 어미의 젖을 금방 떼낸 아주 어린 놈이었습니다.
타이거의 일과는 하루종일 낮잠을 자거나, 사람들의 무릎 위에 올 라앉아 사랑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행여나 우리가 모르는 척하면 관심과 사랑을 얻어내기 위해 온갖 어리광을 부렸으며, 어찌나 장난기가 심한지 틈만 나면 아이들과 함께 온 집안을 위아래로 뛰어다녔습 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게 되자 창턱에 올라 앉아 밖을 내다보며 밖의 세계를 동경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여나 앞마당에서 다람쥐들이 나무 위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면, 두 귀와 입을 쫑긋거리며 앞발로 다람쥐를 잡는 시능을 하곤 했습니다. 또한 꽃밭 위에 노랑나비라도 팔랑거리는 것을 보면 나비의 날갯짓을 좇아 그 눈동자가 쉬임없이 반짝이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타이거는 밤만 되면, 거리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밖에 나가기를 소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타이거가 발톱으로 문을 긁어대는 것을 보다 못한 우리는 타이거의 외출을 허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밖에 나가기만 하면 비명소리와 함께, 집 앞에 있는 100여 년은 족히 되었을 성싶은 도토리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내려올 줄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배가 고프면 나무 위에서 내려오겠지 하고 기다렸으나, 고양이는 하루가 지나도 내려올 줄을 몰랐습니다. 찬 겨울 날씨는 사나워지고 바람은 빈 도토리 나뭇가지를 사정없이 때리니, 타이거가 산채로 박제가 될 형편이었습니다. 아이 셋은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고, 먹을 것을 나무 밑에 놓아주고 아무리 달래도 밑으로 내려올 줄을 몰랐습니다. 우리는 나무 위에 올라앉은 고양이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면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다음 날, 그 높은 나무 위를 오를 엄두도 못 내고 궁리하던 중, 소방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우리 고양이가 나무 위에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고 있는데, 좀 내려주시겠어요?”
소방서에선 “미안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일을 도와주긴 했지만, 이제는 인력과 재력이 달려서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기 좋게 거절당한 우리는 이리저리 궁리하던 중에, 교회를 관리 하시는 엘 리브가 생각이 났습니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높다란 사다리를 놓고 성전의 높은 벽에 큰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관리인은 우리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는 당장에 달려와 그 특수사다리를 나무 위에 걸쳐두고 조심스럽게 올라가기 시작 했습니다.
“타이거! 자 이리 와. 착하지!” 그런데 타이거는 저를 살려주기 위하여 팔을 벌리는 관리인을 무섭게 노려보면서, 발톱으로 관리인의 팔을 할퀴며 저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관리인의 손을 피해 더 높은 가지 위로 곡예를 하면서 기어 올라갔습니다.
“타이거! 괜찮아! 믿어 봐.”
아이들이 밑에서 응원을 하며 아무리 달래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마음씨 좋은 관리인이 사다리 위에서 한창 애를 쓰고 있는데, 타이거가 발을 헛짚는 바람에 그만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타이거는 비명과 함께 열려 있던 목사관 문으로 총알같이 달려들어가, 소파 밑에서 반죽음이 된 채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옆집에 살고 있는 관리인의 늙은 고양이가 우리 타이거가 나타나기만 하면 영토 싸움을 하느라고 다짜고짜 달려드는 것이었습니다. 겁이 많고 순진한 타이거는 그 늙은 고양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나무 위로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었던 것입 니다.
나는 타이거의 겨울 소동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사랑을 외면하고 늘 배척하며 달아나는 나 자신을 보게 됩니다. 주님은 늘 인간을 찾으시고 가까이 오라고 부르시며 구원의 손길을 내미시는데도 불구하고, 내 안식처를 엉뚱한 곳에서 찾으려 합니다. 결국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도 돌아갈 길은 오직 하나님 품밖에는 없음에도, 고집을 부리고 과감히 자신을 맡길 줄 모르는 철부지가 아닙니까!
우리는 그 해 겨울 내내, 이틀이 멀다 하고 도토리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타이거를 내리느라고 소란을 피워야 했지만, 그 겨울의 추억을 사랑합니다. 이미 타이거는 떠나가버렸으나, 도토리나무는 지금도 꿋끗이 서서 내가 종국에 안겨야 될 곳이 어디인지 말해 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