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네사렛 호수의 축제” – 목사관 서신 (아름다움을 위하여, 두번째 이야기, 2001), 윤 완희

그 날, 그들의 배는 밤새도록 밤의 호수를 헤매었습니다. 달이 둥굴게 떠오른 깊은 밤, 물새들의 숨소리라도 들려올 것만 같았던 고요한 호수 위에 빈 물결소리만이 뱃전을 철석이고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호롱불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어부들의 땀과 기름에 밴 근심스런 얼굴들과 그들의 한숨이 물결 속에 묻히어 어느덧 새벽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자! 오늘은 틀렸어! 그물들을 거두자!”‘ 동터오는 아침을 차마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듯이, 허탈한 상태의 시몬은 곁에 놓여있던 밧줄을 뱃전에 내던지면서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쳤습니다. 멀리서 잠이 깬 물새들이 날개짓을 하며 시몬의 배를 넘나들었습니다. 시몬은 한꺼번에 밀려오는 피곤과 졸음을 쫓으며 부지런히 삿대질을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식구들의 가난에 찌든 얼굴 모습이 잠시 물 위를 비켜가며, 공복이 참을 수 없도록 요동하였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만선이 되어 돌아올 배를 기다리는 여인들과 아이들, 이웃집 강아지들, 노인들이 멀리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시몬과 야고보와 요한은, 밤새도록 수고한 후 빈 배로 돌아 오는 남정네들을 보고 실망할 여인네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은 말 할 수 없는 아픔이었습니다. 수십 년을 게네사렛 호수 하나만을 의지 하고 살았으나, 요근래는 빈 배로 돌아오기가 일쑤입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자원은 없고 땅은 박토이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게네사렛 호수에 나가 어망을 띄우는 일이었습니다.

시몬의 눈에 왠지 이상한 풍경이 보였습니다. 다른 날처럼 당연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무리가 누군가를 에워싸고 그를 향해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나와 시몬을 맞던 장모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몬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중얼 거리며 군중들과 떨어진 한쪽 곁, 호숫가에 배를 대고 다음 날의 출항을 위해 그물을 씻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빨리 그물을 정리하고 밤 새 이루지 못한 잠을 하루종일 잔 후, 오늘 저녁은 일찍 출항을 해보리라 마음먹으면서, 여기저기 상하고 끊어진 그물을 손질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한쪽 마음속에는 요즈음 이상한 예언자라는 사람이 마을에 나타났다는 소문을 생각하며, 혹시 그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군중들을 흘낏흘낏 바라보았으나, 시몬에겐 별로 흥미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잠시 배를 띄울 수 있으십니까?” 그물 씻기를 막 마친 시몬의 어깨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음성이었습니다. 시몬은 짜증이 난 얼굴로 그를 돌아보면서 퉁명스럽게 외쳤습니다. “뭐요?” 시몬의 눈과 그 남 자의 눈이 부딪치는 순간, 그는 이상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의 생전에 이토록 깊고 인자한 눈빛의 사람을 갈릴리 지방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몬의 거친 수염이 잠시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는데 멀리서 장모의 밝은 모습이 보이며 “여보게! 그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게” 하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몬은 얼떨결에 배를 물에 띄웠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 젊은 선생 예수는 해변가의 군중들을 향해 하늘나라에 대해 가르치셨는데, 언제부터였는지 그의 피곤과 지침과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전에 맛보지 못한 깊은 평강이 그를 뒤덮었습니다. 처음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강한 힘 속에,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시몬! 배를 빌려주어 고맙소! 자, 이제는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시오” 시몬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이여! 우리들이 밤이 맞도록 수고를 하였으되 얻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시몬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금방 씻어둔 어망을 던지는 그의 가슴엔 전에 없던 환희와 힘이 솟아올랐습니다. 예수님께서 미소 띤 얼굴로 시몬의 거칠고 힘센 모습을 바라보셨습니다.

“와! 고기 떼다, 고기 떼!”

그의 생전에 그토록 많은 고기 떼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그의 배뿐만 아니라 동료의 배까지 불러들여 배가 기울도록 고기를 낚았습 니다. 시몬의 눈속에 물기가 어렸습니다.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자신의 경험과 재능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처음으로 인생의 참다운 축제를 맛본 것입니다. 시몬은 그 젊은 선생, 예수를 그의 삶의 주인으로 모셔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솟았습니다. 세베대의 아들인 야고보와 요한도 놀라 말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무서워 마시오! 이제 후로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시오!”

시몬과 야고보, 요한은 더이상 주저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배와 그물을 내버려 두고 젊은 선생인 예수를 그들의 삶의 주인으로 모실 것을 결단하고 그와 더불어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인생은 깊은 곳을 향해 항해를 서둘렀습니다.

그 날, 게네사렛 호수의 축제는 지금도 그리스도를 삶의 주인으로 모시는 이들의 결단과 선택 속에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풍어의 기적은 오늘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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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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