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소식이 없던 닐(Nel Irwin)과 버니(Bunny Irwin)의 소식 을 오랜만에 전해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늘 사랑하며 자랑스럽게 여기던 부부의 전혀 예상치 못한 불행한 소식에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닐과 버니를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콕삭키(Coxackie, N. Y) 라는 시골의 제일감리교회로 목사님이 부임해 가셨을 때, 주일이면 눈에 띄는 30대의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몸집이 유난히 큰 자동차 정비공으로, 교회에 올 때도 시퍼런 작업복을 입었으며, 뒤허리에는 흰 속 셔츠 한 자락이 늘 빠져 있는 것이 특색이었습니다. 그는 늘 밝고 맑은 눈동자에 미소를 가득 담고 누구에게나 친절했습 니다. 그는 늘 어린 그의 막내아들을 한쪽 팔로 안고, 한쪽 손으로는 교회의 여러 가지 일들을 돕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의 부인인 버니는 아이들을 주일학교에 데리고는 오지만, 자신은 한번도 예배에 참석지 않고 교회 바깥 돌게단에 앉아서 말썽쟁이인 두 아들과 실랑이를 하거나. 오가는 이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담배를 피우거나, 늘 주일예배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녀의 너털 웃음은 경건한 주일예배 시간에도 간간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열두 자녀의 맏이기도 한 닐은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일찍이 자동차 정비공이 되어 결혼한 후에 아들 셋을 넣고 하루하루를 평범 하게 살아가는 착한 가장이었습니다. 그의 부인인 버니도 아이들을 돌보며 베이비시터로 가정 경제에 한몫을 하며 주말엔 허드슨 강변에 낚시를 가거나, 마을의 크고 작은 축제에 빠지지 않고 다니는 것이 그들의 삶의 전부였습니다.
어느 날, 닐은 새벽 6시에 있는 새벽기도회에 참석해 보라는 목사님의 권면을 받고 호기심에 차 참석게 되었습니다. 목사님과 저, 닐은 찬바람이 싸늘한 텅빈 새벽 교회당에 앉아 기도와 찬송을 드린 후 말씀을 읽고 묵상한 후의 하루의 일과는 그에게 전에 전혀 경험치 못한 영적인 체험을 안겨주었습니다. 수십 년을 종일토록 망가진 차를 들여다보거나, 기름투성이가 되어 차 밑에 누워 쇳가루를 맞으며 일한 후,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놀아주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그의 삶의 전부였는데, 그 외의 또 다른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기도를 하면 자꾸 눈물이 앞을 가리고, 지금껏 그가 산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게 되었으며, 강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를 원했습니다.
닐은 거의 10여 년 만에 결혼식 때 입었던, 품이 작아진 양복을 꺼내 입고, 폭이 넓고 유행에 뒤떨어진 넥타이를 메고 주일이면 하나님께 나와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는 틈만 나면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남편의 변화에 부인도 예배에 참석하는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닐과 버니는 목사님이 권하는 여러 가지 지도자 훈련과 영성 훈련에 빠짐없이 참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의 삶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고, 서서히 거룩한 불꽃이 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불꽃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들 부부는 추수감사절엔 주변의 불우하고 외로운 이웃들을 위해 디너를 마련하고, 크리스마스 때엔 연극과 성가, 새벽송을 앞장서 지휘하고, 주일학교에 교사로서 어린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남을 위한 헌신과 봉사에 기쁨을 갖게 되고,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시작하였 습니다. 그토록 즐기던 버니의 담배가 어느 날부터인가 더 이상 손에 쥐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들 부부는 마침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평생을 헌신하기를 서원했습니다. 목사님은 닐을 평신도 목회자 훈련원에 보내어 훈련을 받게 한 후에, 사역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는 낮에 는 정비공으로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여 대학 입학 자격고시를 보았으며, 커뮤니티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며 신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날이 C 학점’ 으로 커뮤니티 대학을 졸업하던 날, 버니는 남편이 자랑스러워 눈물을 흘렸고, 우리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자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간이 보기엔 C 학점 일지 몰라도 하나님께서 보실 때 그는 틀림없는 우등생이었을 것입니다.
그 후 닐은 감리교단의 중요한 평신도 지도자가 되어 평신도 사역 (Diaconal Minister)을 관리하는 뉴욕연회의 위원장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대학원 이상을 졸업한 전문인들의 사역을 관리하며, 새로 들어오는 이들을 인터뷰하여 사역자로 배출 책임을 감당하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닐은 그의 기도대로 목회자가 없는 조그만 시골 교회를 맡아, 평신도 목회자로서 교회를 크게 부흥시키며 충성했습니다. 그들의 열심과 하나님께 대한 충성은, 우리가 그곳을 떠나온 후에도 연회를 통해 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자랑이었으며 살아있는 하나님의 증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 날아온 근래의 그들의 소식은, 닐이 신장 불능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으며, 버니는 유방암이 발견되어 방사선 치료와 화학물 치료를 받고 투병중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고난 앞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하고 먼저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곧 하나님께 감사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땅에서 한 번밖에 없는 삶을 하나님의 뜨거운 불길에 사로잡혀 그들의 삶을 꽃피웠으며, 그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미리 앞서가시며 우리의 삶을 이끄시는 성령님께서는 앞날에 다가올, 그들 의 모든 삶의 고난들을 넉넉히 이길 수 있도록 그들의 믿음을 준비시키셨으며, 저들이 건강할 때에 자신들의 믿음의 결단을 통해 하나님께 헌신을 약속했던 사실입니다. 닐과 버니의 앞날을 어떤 모양으로 이끄실지 우리는 알지 못해도, 하나님은 그들의 삶을 통해 이미 영광을 받 으셨으며, 앞날에도 큰 영광을 받으시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출 14 : 13).
이 말씀은 믿음의 선조들을 이끌며, 끝내 가나안을 향해 전진하던 모세의 믿음의 선언이었습니다. 저도 이 말씀을 깊이 상고하며 닐과 버니의 투병을 위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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