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가을 – 회고적 변주
채 잠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잠으로 이어지고,
방랑이 끝나기도 전에
내 발걸음은 이미 잔치 집으로 향한다.
비아프라의 울림이 내 귀를 스쳐도
늙어버린 진실을 죽이지 못하고,
벵갈의 빛깔이 내 눈에 담겨도
어린 내가 사라지지 않는다.
여름은 분주했지만
내 방랑은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고,
뼈만 앙상한 장송곡조차
썩어가는 무덤의 향기를 풍긴다.
나는 방랑의 노래로 살고,
방랑 속에서 죽는다.
그것이 나의 피난처이자
가장 편안한 자리다.
올 수 없는 나,
떠나간 나,
쫓겨난 나,
그리고 기다리는 나—
이 모든 자아들이 존재한다.
세포 하나하나가 춤추는 축제,
바퀴 밑 낙엽이 깔아놓은 파동,
병균과 부패가 고뇌를 비웃는 가운데
여름은 가을의 탄원을 짓밟는다.
그리하여 여름은 분주했고,
빈 영역을 남겼다,
내 마음이 결코 채울 수 없는 공간.
오, 진정 채워질 수 없는 방랑이여!
내 것이 아닌 유배된 자아여!
모든 날, 모든 순간, 모든 것 속에서
갑작스레—
내일은 내가 닿기도 전에 떠나버린다.
오지 못하게 막았던 내일이
다시 돌아와도,
그것은 끝없는 슬픔일 뿐이다.
새파란 낙엽 아래, 절망보다 깊이
나는 빈 공간을 파고,
오늘과 함께
자멸의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상처 입은 자는
고뇌에 쓰러지지 않는다.
오, 감각이 마비된 자여!
이것이 너의 끝,
이것이 너와 나의 끝이다.
절망하라!
절망하라!
절망하라!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리듬과 숨결이 있으며,
낙엽 아래 속삭임이 있다:
방랑이 의미를 찾고,
슬픔이 은총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시리즈 시작 – 2부}
© 윤태헌, 1971년 초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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