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깊은 잠결, 무수한 것들을 향해—
밤은 아침으로 흘러간다.

무덤조차 남기지 못한 바람이
건물과 기계, 그리고 인간을 스쳐 지나간다.

여름은 내내 불안히 몸을 흔들며 깨어 있었다.

어제의 태양—
위대하고 영원의 잠을 품은 여신.

침묵의 밤은
9월의 하늘 속으로 흘러든다.

차륜 밖에서,
밀폐된 도시 “오랑”을 싣고
9월은 멀어져 간다.

출구를 잃은 망각 속에서—
햇살 한 줄기,
나를 놓지 못하고
끝내 잊지 못한다.

틀림없이, 9월은 다시 온다.

그대는 “류”의 포기를 아는가.

깊은 잠에 묻힌 시작,
방 안의 은신처.

불모의 9월 아침,
주인을 찾은 목소리,
바람에 흩날려간다.

Note: 1971년 초가을, 서울 감리교 신학 대학교 재학 2년째에 쓴 글입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또 한 번의 선거가 있었고, 그의 군사 통치가 10년이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Beginning Series – Part 3}

© 윤 태헌, 1971 초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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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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