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잠시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날은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고, 일에 대한 의욕도 흥미를 끄는 그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멍하니 앉아있기도 힘이 들어, 책상 위에 머리를 기댄 채 숨소리만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팔을 움직이려다 말고 문득, ‘내 육신이 왜 이렇게 무겁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역시, 난 흙일 뿐이구나!’ 하는 서글픈 상념에 빠 지게 되었습니다.
‘난 지금 이렇게 무력해져 꼼짝도 못할 지경인데, 그동안 무슨 힘으로 살았을까?’ 하는 원초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지나간 날들이 기적처럼 여겨졌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뛰고 달리며 웃고 울던 시간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다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내 힘으로 산 것이 아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 자신이 생각하는 일들이 얼마나 천박하고 좁디 좁은 견해와 아집으로 꽁꽁 묶인 채 살고 있었는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성령님이 거하시는 성전으로 품격이 올려진 사실은 기적과 같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인 것입니다.
몇 년 전에 뉴욕에서 3,000마일이나 된다는 플로리다의 월터 디즈니랜드를 자동차로 운전하여 온 가족이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환상 도시인 플로리다를 한여름에 방문하여, 진종일 살인적인 더위와 싸워가면서 즐거움(?)을 만끽해 본 적이 있습 니다. 형형색색의 조화, 화려함, 환상, 상상력을 총동원한 시설들을 보고, 느끼고, 만져보고, 타보면서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가는 길에 캠프장에서 잠시 머물기도 하며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거금을 투자하면서,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즐겼던 디즈니랜드 여행이었지만 마음 속에 남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거기서 무엇을 보고, 만지고, 타고 다녔었는지 희미한 기억만 그림처럼 스쳐갈 뿐입니다.
그런데 그 오가는 길에 머물렀던 수려한 자연 속의 캠프장에서의 일들은 참으로 매혹적인 추억을 남기고 있습니다. 스모키 마운틴의 물소리와 바람소리, 숲속을 쩌렁쩌렁하게 하던 새들의 노랫소리, 그 토록 달던 물맛과 다리를 걷어붙이고 건넜던 시냇물의 차가움, 밤 하늘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이 청명하게 반짝이던 별무리 … ….. 어느 것 하나 잊고 싶지 않고, 잊을 수 없는 애정과 경건함마저 갖게 하는 것 입니다. 하나님의 숨결이 숨어 있는 자연 앞에서 얻었던 마음의 떨림과 평안, 기쁨은 내 속에 살아, 오늘의 나의 일부분이 되어 살아가고 있음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디즈니랜드의 인위적인 것에서는 잠시 즐거움을 찾았을지라도, 그 기쁨과 즐거움은 너무나 순간적 인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손길이 빚으신 자연 만물로부터 얻어지는 영감과 기쁨은 오늘의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언제나 되살아 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 새벽녘에 또 한 번의 영혼의 무기력 증상이 덮쳐왔습니다. 새벽 성전에 와서 앉아 있는 특권조차도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려, 아무런 열정 없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 저에게 영혼의 깊은 탄식이 들려왔습니다. ‘힘을 얻으라! 독수리가 창공을 차고 나가듯이 두 날개를 퍼 특이거라!’ 저는 외쳤습니다. ‘힘을 내고 싶어요! 날고 싶어요! 그러나 나의 두 날개는 창공을 향해 더 이상 펴지지가 않아요.’
시편 124편의 말씀이 강단에서 선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우리 편에 계시지 아니하시고 사람들이 우리를 치러 일어날 때에 여호와께서 우리 편에 계시지 아니하셨더면 그때에 저희의 노가 우리를 대하여 맹렬하여 우리를 산 채로 삼켰을 것이며 그때에 물이 우리를 엄몰하며 시내가 우리 영혼을 잠갔을 것이며 그때에 넘치는 물이 우리 영혼을 잠갔을 것이라 할 것이로다 우리를 저희 이에 주어 씹히지 않게 하신 여호와를 찬송 할지로다 우리 혼이 새가 사냥꾼의 올무에서 벗어남같이 되었나니 올무가 끊어지므로 우리가 벗어났도다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의 이름에 있도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토록 열망했어도 펴지지 않던 영혼의 날개에 서서히 솟아오르는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말씀 속에서 재창조되고 있었습니다. 임마누엘의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계셨기에 내 구원이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거룩하뇨?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당신의 영혼에 계시느뇨?”
찌렁 찌렁하게 외쳐지는 말씀 속에서 어느덧 산등성을 향해 힘찬 날개는 퍼득이기 시작하였고, 막막하기만 하던 창공에 훤하게 동이 터오는 것을 발견게 되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상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 속에, 참으로 놀랍고 놀라운 사실들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