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귀를 열고 눈을 들어 보세요
삼백육십오 일, 흙을 이불삼고
구름과 바람, 태양과 달, 별들과 밤의 이슬을 먹으며
그토록 착하게 살아온 영근 가을이
들녘의 잔치에 오라고 오라고 부르고 있어요.
들국화 파리한 얼굴에 흔적없는 세월의 미소
시드는 광야의 풀 한포기에도
처절한 삶의 기쁨과 아픔의 싸움은 이제 화해를 나누고
서둘러 홀로 떠날 차비를 하고 있어요.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던 이들도
사랑받기를 거절하던 이들도
사랑으로 찢겨진 가슴앓이를 하는 이들도
사랑에 취하여 살아가는 이들도
이제는 빈 손과 빈 마음으로 허허로이 떠나야 하는 시간
저 하늘의 구름이 떠나기 전에
저 하늘의 별들과 이슬방울이 마르기 전에
저 하늘의 태양이 식어가기 전에
당신이 홀로 만나야만 할 그리운 얼굴
당신이 홀로 들어야만 할 풀벌레들의 울음소리
당신이 홀로 거닐어야만 할 메마른 숲속길
목숨 다해 피워온 마지막 불꽃을 사르고 있는 들녘에
결국 이대로 끝낼 수 없노라며 남겨지는 소망의 씨앗들
사랑하는 이여! 가을로 오세요.
더 큰 사랑 안에 들어가고자 떠나가는 가을을 만나보세요
뜨거운 당신의 포옹,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을로, 지금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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