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을 향한 지구”

© 윤 태헌 , 1979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푸르고 누런 지구의 얼굴은 갓 태어난 아이처럼 창백하고 고요했다.

비는 땅과 하늘과 함께 진창을 절퍽이며 걸었다. 하얀 집들은 번갯불에 타올랐지만 그 불은 우리와 숨 쉬고 싶어 했다— 기쁨을 나누고 빵을 먹고 포도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의 손을 만져보고 싶어 했다.

젖은 돌담과 집들은 빛나고 있었다. 웃고 있었다.

“어떤 집이든 문이 열려 있으면 그냥 들어오세요.”

나는 지금 춥고, 배가 고프고, 그리고 즐겁다. 나는 땅끝에서 왔다. 침묵은 좋은 것이다.

“저희 누추한 집에 들어와 주신다면 우리는 당신을 주인으로 모시고 저희가 오히려 손님이 되어 섬기겠습니다.”

그가 들은 첫 번째 외침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팔지 않는다. 안색은 땅빛처럼 누렇게 변했고 축 처진 박처럼 생긴 뺨과 빛바랜 녹색 눈동자는 들고양이처럼 불빛에 번들거렸다.

외침은 사라지고 세상은 고아가 되었는가?

아침에 대문을 열고 나가 현관 앞에 굶주려 죽은 가난한 자들의 시체를 지나 비단 옷자락을 높이 들고 신전을 향해 걸어간다는 소문이 들렸다.

당신이 바로 그 징조입니다. 시간이 촉박해지고 있습니다.

매초마다 전염병과 광란과 불길이 한 걸음씩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날개가 이미 제 머리칼을 스치고 있습니다.

금방 손으로 빚어진 지구와 인간— 아직 마르지 않은 찰흙으로 된 살결은 햇빛에 몸을 말리기 위해 꽃이 핀 푸른 풀밭 위에 누워 있다.

뼈는 굳어지고 피부에는 사색이 돋아나며 일흔두 개의 관절이 단단히 연결되어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 되기 위해 그는 햇빛 속에 몸을 내맡긴다.

새들은 그의 머리 위로 날며 풀밭에 누운 이 새로운 창조물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정확히 동틀 무렵— 그 검은 새의 노래를 지닌 채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작가의 말

「신전을 향한 지구」는 1979년, 시대의 불안과 개인의 침묵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시는 선언이 아니라 하나의 꿈이었습니다. 혼란과 상처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빚어지고 있으며, 지구는 어머니처럼 지쳐 있으면서도 고요한 기쁨을 품고 있습니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젖은 찰흙으로 빚어진 인간이 햇빛 아래 누워 마르기를 기다리는 장면은, 우리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굶주린 자들과 비단 옷을 입은 자들이 함께 존재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선택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신전을 향해 걷는 발걸음은 곧 변화와 회복을 향한 여정입니다.

이 시는 경고가 아니라 초대입니다. 문이 열려 있다면, 들어오십시오. 침묵 속에서, 꿈속에서, 우리는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검은 새의 노래를 품고 깨어나는 그 순간처럼, 평화는 잠재의식 속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작품 해설: 「신전을 향한 지구」

[신전을 향한 지구]는 꿈과 잠재의식의 언어로 쓰인 묵시적 시편이다. 이 작품은 외부 세계의 혼란과 인간 내면의 갈망을 교차시키며, 파괴와 회복, 침묵과 외침, 고통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적 공간을 창조한다.

시의 첫 장면은 번개가 하늘을 가르는 이미지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시대의 균열과 인간 존재의 각성을 상징한다. 지구는 “푸르고 누런 창백한 빛깔”을 띠며, 마치 갓 태어난 생명처럼 연약하고 신비로운 상태에 놓여 있다. 땅과 하늘과 비가 함께 걷는 장면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허물며, 모든 존재가 하나의 운명 속에 엮여 있음을 암시한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그”는 인간이자 창조물이며, 동시에 고통받는 존재이다. 그는 굶주림과 추위를 느끼면서도 “즐겁다”고 말한다. 이는 고통 속에서도 삶의 기쁨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내면적 힘을 보여준다. “문이 열려 있으면 그냥 들어가세요”라는 초대는, 인간 존재가 서로를 향해 열린 상태로 살아가야 함을 말한다. 이 장면은 환대와 나눔, 그리고 신성한 관계의 회복을 상징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는 묵시적이고 예언적인 어조로 전환된다. “당신이 바로 그 징조입니다”라는 문장은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며, 우리 각자가 변화의 징조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전염병과 광란, 불길이 다가오는 묘사는 현실의 위기와 인간의 불안한 미래를 반영한다. 그러나 시인은 이 위기 속에서도 창조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직 마르지 않은 찰흙으로 된 살”은 인간이 여전히 빚어지고 있는 존재임을 상징한다. 햇빛 아래 누워 굳어져 가는 몸, 새들이 바라보는 새로운 창조물의 모습은 재생과 희망의 이미지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검은 새의 노래를 지닌 채 잠에서 깨어났다”는 구절은, 꿈에서 현실로의 전환이자, 내면의 각성과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

이 시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과 세계의 운명을 향한 깊은 성찰이다. 윤태헌 시인은 꿈과 현실, 고통과 희망, 침묵과 외침 사이에서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을 시적으로 제시한다. 「신전을 향한 지구」는 독자에게 묻는다—당신은 그 문을 열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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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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