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을 그리며
그 신발들, 문턱에 놓여 있다.
산돌에 닳아 얇아진 밑창,
그 속삭임은 내 지난 발자국들—
홀로 걸었던, 젊은 날의 외로움과 꿈의 무게다.
조용한 집,
문은 아직 열려 있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바람,
그 바람이 내 이름을 부른다—
“돌아오라, 이제 쉬어라.”
내 마음은 고요 속에서 넓어졌다,
겨울 끝, 눈 녹은 들판처럼.
세상 모든 이를 묶는 그 법이
이제 나에게 묻는다—
“그대는 어디로 향하나?”
언젠가 이 땅은 깨어날 것이다.
내 발 아래에서 숨 쉬며,
주홍빛 태양이 다시 떠올라
새벽 하늘을 물들이리라—
그 빛 속에 나는 서 있으리라.
한 길은 이성을 따라 걷고,
또 다른 길은 은혜의 손을 잡는다.
나는 가난의 허기를 알고,
풍요의 헛됨도 맛보았다.
손뼉을 치며 외쳤을 때,
메아리는 대답했다—“죽음.”
그 음성은 차갑고, 그러나 온화했다.
그 안에 자비가 있었다,
절망 속에 감춰진 선물이었다.
이제 붉은 돛이 오른다,
초록빛 물결 위를 따라—
내 마음은 다시 떨린다,
장마 속 나무들처럼.
한옥의 마루 끝에서 나는 기다렸다.
침묵과 그리움,
그리고 긴 세월의 고독 속에서.
쇠 열쇠를 던져버리고,
달팽이처럼 몸을 말아
내 조국을 향해 몸을 돌렸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빛에서 어둠으로, 그러나 다시 빛으로.
영혼은 그릇을 깨고 솟아올랐다,
얼어붙은 소나무에서 터져 나오는 샘물처럼.
묻지 말라, 내가 지닌 것을—
이 슬픔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나는 더 이상 그것을 쓸 수 없고,
쓰고 싶지도 않다.
그대는 먼지요,
나 또한 먼지다.
밖에서는 바람이 일고 있었다.
벌거벗은 논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그 속삭임—
고향의 숨결,
그리움의 기도였다.
© 윤 태헌, 2025
후기
이 시는 조용한 그리움에서 태어났습니다—한때 걸었던 길, 머물렀다가 떠나온 집들, 그 기억의 숨결에서 비롯된 노래입니다. 고독과 소속 사이를 오가며, 잃어버린 것과 아직도 기억 속에 살아 있는 것들 사이를 잇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목소리는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멀리 떠나 자신 안과 그 너머의 고향을 찾아 헤매던 모든 이들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낡은 신발, 불어오는 바람, 버려진 열쇠와 같은 이미지들은 모두 변형의 무게를 품고 있습니다. 이 시는 침묵을 듣고, 삶과 죽음의 문턱마다 우리를 따라오는 질문들을 묻습니다. 결국 시는 조용히 속삭입니다—모든 길 위의 사람은 흙으로 묶여 있고, 그 흙 속에서 여전히 피어나는 희망으로 이어져 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