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핏빛 광휘가 지평선을 따라 번져가고,
동녘 하늘의 가장자리가
옅은 푸름과 부드러운 흰빛으로 피어오른다.

어둠의 이빨 사이에 끼인 꽃향기가
옆으로 흘러—
바람 속으로 고요히 향기를 쏟는다.

하나는 피어나고, 하나는 스러진다—
너의 죽음과 나의 배신이
떨리는 땅 위에 머물러,
희미한 공기 속에서 연기처럼 말린다.

뼈를 핥는 소리와 함께
그것은 깊숙이 파고들어,
영혼의 빈 틈 속에 뿌리를 내리고,
온전하던 마음을 산산이 부쉈다.

우리의 눈은, 허무 속에서 얽혀
한마디 말도 없이 싸웠다.

나는 쓰러져 있었네,
돼지가 구유 속에 몸을 비비며 헐떡이듯—
그러나 피어나는 나무 하나를 본 순간,
내 몸은 이미 절망의 진흙탕에서
스스로 일어서 있었다.

그 꽃나무—
죽음이 내 앞에 서 있는 형상.

이제 나는 더 이상
자유를 찾아 떠돌고 싶지 않다.
설령 떠날 수 있다 해도,
다만 한 인간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을 뿐.

마침내,
거대한 달이 고요히 떠오른다—
아마 이제,
그 달의 차례가 되었나 보다.
슬퍼할.

© 윤 태헌

  • 후기:

이 시는 겟세마네의 예수를 마음에 두고 쓴 작품이다.
붉게 번지는 저녁빛 속에서 나는,
죽음과 배신, 사랑과 용서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예수의 고뇌는 단지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인간 모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싸움이다.
우리 안의 ‘배신하는 자’와 ‘용서하는 자’가
서로를 향해 눈을 마주보며 침묵 속에서 싸운다.

그러나 절망의 진흙 속에서도
한 그루 꽃나무가 피어나는 것을 본다.
그것은 부활의 징표이며,
끝내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약속이다.

이 시를 통해,
나는 예수가 겪은 ‘밤의 고독’을
조금이나마 함께 걷고자 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하늘로부터 스며드는 한 줄기 빛을 느끼고 싶었다.


A symbolic and emotional painting inspired by the poem 'In the Evening' — a twilight landscape where a crimson sky fades into pale blue at the eastern horizon. A flowering tree stands in the foreground, its blossoms glowing faintly in the dimming light. Nearby, a shadowy figure kneels beside a trough, half-emerged, as if awakening from despair. In the distance, a large, silent moon rises over a barren field. The atmosphere is heavy with sorrow and longing, yet touched by the quiet presence of hope and transcendence. The style is impressionistic with surreal undertones, using deep reds, blues, and muted earth t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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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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