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늘 밤, 바람은 제 마음을 가진 듯하다—
나무들의 갈비 사이를 스며들며
세상을 조용함의 형태로 빗질한다.

어딘가 헛간 문이 삐걱인다,
눈의 무게를 견디며.
한때 분명하던 길은
이제 스스로의 망각 아래 접혀든다.

나는 사람들이
서리에 이성을 설득하려는 걸 본 적 있다—
그들의 숨결은
얼음의 인내 앞에서 너무 가는 논쟁이었다.

그리고 여인들도,
작은 팔로 장작과 슬픔을 함께 안고
그나마의 따뜻함을 피워 올렸다.

지금, 어떤 판단이 의미가 있을까?
별들은 너무 멀고,
심판이란 결국
우리가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위로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나팔 하나를 간직한다—
그 음은 외투 주머니 깊이 묻혀 있고—
언젠가 그것을
자유 한 덩이 빵이나
한 줌의 시간을 위해 바꾸려 한다.

오늘 밤, 언덕 아래 마을은 잠든다.
하얀 서리 커튼 뒤에서
램프가 불안한 날개를 떤다.
땅은 몸을 오므린다,
마지막 숨을 붙든 채.

여기엔 거창한 교훈은 없다—
그저 어디로도 향하지 않는 발자국과
다 짜지 못한 양털의 속삭임,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손을 기다리는 시간뿐.

그럼에도 나는 걷는다.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길이 내게 기억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것이,
겨울이 허락하는 유일한 따뜻함일 것이다.

– 후기:

이 시는 단순한 계절의 묘사가 아닙니다. 1980년의 한국, 그 혹독한 겨울을 배경으로 한 시대의 고백입니다. 군부 권력 아래에서 자유는 얼어붙었고, 말은 감시당했으며, 희망은 기다림이라는 이름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은 그 침묵의 풍경을 걷는 자들의 기록입니다—도착하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걷는 자, 잊혀진 별을 지팡이 끝으로 그리는 자, 그리고 판결 대신 나팔 하나를 품고 살아가는 자.

그 시절, 언덕 아래 작은 마을의 램프처럼, 불안하게 떨리는 생의 불빛들이 있었습니다. 따뜻한 외투나 오두막집이 있어도, 그 안의 목소리는 같았습니다. “나는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읍조림은, 단지 개인의 고독이 아니라, 시대 전체의 탄식이었습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1980년의 한국이 겪었던 상실과 방향 잃은 절망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 겨울은 단지 추운 계절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말을 잃는 시간,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도 길이 우리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이 겨울이 허락한 유일한 온기였는지도 모릅니다.

© 윤 태헌,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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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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