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의 햇볕”

한겨울의 햇빛—가늘고 목마른—눈 속으로 몸을 기울인다.
마치 꿈속에 잠긴 듯, 잊혀진 고향의 가장자리에서
몸을 끌며 돌아오는 지친 군대의 긴 이야기를 중얼거린다.

멀리서 보면 그것은 천사 같다—
격렬하게 타오르는 불꽃.
나는 손에 재를 움켜쥐고
그 향기를 들이마신다—
한때 내 것이었던 흙의 기억.

우주는 내 앞을 지나간다.
그러나 그 전에,
이 세상은 재로 변해야 한다.

내 발끝에서 피어난
작은 붉은 아네모네 위로
하나의 불꽃이 일어난다—
불안하고, 고요한—
이름하여 침묵이라 불리는 천사.

그 몸,
태양에 그을린 피부가
조각된 뼈 위에 드리워져,
마치 바위가 갑자기 꽃을 피운 듯하다.

불의 혀가 나무를 핥는다.
집은 사방에서 안쪽으로 움츠러들어
벽이 내 갈비뼈를 누를 때까지 좁아진다.

음식, 기쁨, 안식—
내 아래에서
무수한 입들이
대지의 젖가슴에 달라붙어
젖을 빨고 있다.

땅이 흔들린다.
그것은 봄의 소리다.

그러나 ‘듣는 것’—
이미 무너져 버렸다.

– 후기:

이 시는 겨울의 풍경을 담고 있지만, 그 본질은 이민 이후의 조용한 격변과 재탄생에 관한 고백입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후, 나는 낯선 언어와 풍경 속에서 모든 익숙한 것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햇볕」은 도착의 기쁨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는 상실과 침묵,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묵상한 시입니다.

불타오르는 천사, 오그라드는 집, 젖을 빠는 땅의 입들—이 모든 이미지들은 한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에 뿌리내리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내면의 흔들림을 상징합니다. 발밑에 피어난 붉은 아네모네는 재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의 징표이며, 봄의 소리는 아직 멀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희망의 떨림입니다.

마지막 구절, “청각은 이미 탈진 된 후…”는 변화에 지친 감각과 침묵의 무게를 말해줍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도, 나는 봄을 기다리는 땅처럼,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는 내가 겪은 이민의 진실을 담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은 단순한 적응이 아니라, 기억과 사랑, 믿음을 다시 짜는 일입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봄의 소리를 붙잡고 싶었습니다.

© 윤 태헌,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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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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