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완희, (목사관 서신 #21, LA 크리스찬 투데이, 2001년 8월 15일)
대화의 상대 중에 긴 시간을 한참 얘기했지만 돌아 올 때는, “괜히 입만 아팠네” 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서로가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고 흥분하여 뭔가 건설적이고 합당한 결론이날 것 같았지만, 상대방은 원점에 서서 전혀 요지부동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고 있다면, 다시는 마음 문을 열어놓기를 주저하는 것이 우리들의 상정이다. 그러나,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나의 말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저 사람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할 때는 그 만남이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음을 오래도록 기 억케된다.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것- 곤충이나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서로 듣는 질서를 지켜가며 상부상조하는 이치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여름철 한창 장마철이 지나갈 때면 논과 밭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그것은 맹꽁이들의 합창이다. 장마비가 사정없이 숲과 들녘에 쏟아지면, 여기 저기 웅덩이들이 파헤쳐진다. 그러면 습한 풀숲에 살아가던 맹꽁이들이 웅덩이의 더러운 흙탕물 속에 들어 앉아 울어 제치는 거침없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한 여름을 절정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듣기에는 “맹꽁맹꽁” 하는 맹꽁이의 소리는 결국 한 마리의 것이 아니고, 두서너 마리 이상의 맹꽁이들 이 주변에서 함께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는소리이다. 수컷들은 한 여름이 다 하기 전에 짝 짖기를 마쳐야 됨으로, 그들은 장마철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 사랑을 찾는데, 한 마리가 “맹맹맹” 하고 울어 제치면, 다른 쪽에 있는 맹꽁이가 “꽁꽁꽁”하고 울어 줌으로써, 멀리 있는 암컷들에게 자신들의 주소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행여나 귀가 어두운 맹꽁이 이웃이 상대방이 “맹맹맹”하고 우는 줄도 모르고 “맹맹맹” 하고 부르짖으면, 상대방은 얼른 “꽁꽁공”으로 바꾸어 소리 를 낸다고 한다. 사분의 삼박자에 의해 규칙적으로 울어 주는 동안, 한쪽에서는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다. 서로의 신사도를 지켜주며 절도있는 음성으로 밤새껏 협동작전 함으 로써, 동네방네의 암컷들을 다 불러들여 혼인잔치가 이루어지게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맹꽁이의 “맹” “꽁” 합창곡처럼 서로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줄 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나, 현대의 삶이 복잡해져 가고 슈퍼하이웨이를 달려가고 있는 이 때에 상대방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갈수록 힘들어져 가는 것 같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의 소리를 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남편은 남편대로 부인이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주지 않는 것 같은 섭섭 함과 답답함이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부모님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다며, 자신의 말에 귀를 기 울여 주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
데일 카네기는 “당신은 입을 통해 얻어지는 친구보다, 귀를 통해 더 많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개의 예화를 통해, 왜 개들이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친구를 속히 사귈 수 있는가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개들은 사람들을 보면 꼬리를 흔들며 당신에게 다가온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싸인을 해줌으로써, 상대방을 환영하고 있으며 상대방의 현존에 즐거워한다. 만약에 그 사람이 쓰다듬어 주기라도 하면, 개는 흥분하여 펄쩍펄쩍 뛰기도 하고 혓바 닥으로 그 사람을 핥으며 감사해 한다. 이렇게 개들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갖고있음으로 인해 사람들의 가까운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라고 하 였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그것은 상대방의 목소리에 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그의 영혼에, 가슴에 귀를 대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 둔 채 들어야 옳게 듣는 것이다. 비록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일들일지라도 들어주는 여유는 기도만큼이나 투명한 영혼의 메아리이다.
나는 오늘도 내 이야기 만을 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사랑하는 이들의 영혼의 외침을 들어주기를 원하고 있는가? 한여름, 맹꽁이들의 지혜를 생각하며, 오늘도 말하기 전에 먼저 귀를 열고 듣는 복을 주십사고 기도해 본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