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풍선” © 윤 완희, (신앙칼럼, #27, LA 크리스찬 투데이, 2008년 1월 16일)

다섯 가옥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듯이 모여 살고있는 우리 집 골목길에, 새 이웃이 이년 전에 이사왔다. 신혼인 이십대 후반의 젊은이들로 남편 ‘드류’는 조경사업을 하고, 부인 ‘제시카’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우리 이웃들은 거의가 은퇴한 분들로서 골목길은 언제나 정적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드류’ 가족이 데려온 키가 아이 만한 밤색 세파트 두 마리와 성미가 급해 금방 까물어 칠 것처럼 짖어대는 ‘추와와’ 한 마리가 골목대장으로 군림하기 시작 했다.

새 이웃과 첫 인사를 나눈 이후로 서로의 일상에 분주하여 자주 대화를 나누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드류’ 부부 가 얼마나 야외스포츠를 즐기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 집 앞에 세워둔 집채만한 보트와, 골프 카가 주말이면 외출했다가 주일 저녁 늦은 밤이 돼서야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지난해 봄부터 밖에 세워두었던 골프 카와 보트가 다시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상한 일은 두 부부가 규칙적으로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이면 집에 들어왔는데, 어느 날부터는 저녁이면 ‘드류’의 트 럭이 보이질 않았다. 주말에도 종종 ‘드류’의 차가 며칠씩 안 보인 채, 부인의 차만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골목대장 역할을 하던 개들도 조용한 채 전혀 보기가 힘들어졌다.

우리는 새 이웃에 대해 은근히 걱정이 가기 시작했다. 혹시 젊은 부부들 간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까? 둘이 부부 싸움으로 서로를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던 어느 날 ‘제시카’의 몸이 예상치 않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만삭이 되어 있었다. 아기를 기다리는 그들 부부는 보트와 골프카를 다 처분하고 ‘드류’는 밤일과 주말 일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찬 서리가 삼라만상을 온통 뒤덮은 이른 아침이었다. 나는 리빙룸에 서서 아침 햇살을 즐기며 창 밖의 날아가는 새들을 향해 눈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뜩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풍선이 어른거렸다. 이웃집 ‘드류’가 파란풍선을 집 앞 우체통에 묶고 있음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생명이 태어난 것이었다! 불면 날아갈 것 같고, 잡으면 깨어 질 것처럼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생명. 밤낮으로 돌봐야 되고, 걸음마를 걷도록 도와야 하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야 하고, 아파하면 곁에서 밤을 새우며 지켜야 하고, 괴로 워하면 등을 쓰다듬어주며 “괜찮을 것이야!” 라며 용기를 주고 영원히 사랑해야 만 될 존귀한 생명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파란풍선을 바라보며 마음 속에 교차되는 기쁨과, 젊은 부부를 향한 안쓰러움이 있었다. 첫 아이를 낳고 망연자실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기가 예쁜 줄 만 알았었지 감기가 들거나, 열이 난다는 사실을 별로 생각해보질 않았다.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기가 울지 않기를 바랬으며, 내가 원하는 아이가 되어주길 기도했었다. 아이들은 내 철없는 기도와는 상관없이 하나님의 손길 안에서 각자의 개성과 모양대로 자라주었다. 아이들의 병치레와 말썽을 통해 완전한 어머니가 될 수 없음을 알았고, 오직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녀들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참으로 오랫 만에 들려오는 아기 울음이다. 머잖아 어린 생명이 우리 집 골목길에 골목대장이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 봄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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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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