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을 맞이하며” © 윤 완희, (신앙칼럼, #36, 1993년)

추수 감사절 휴가 기간이던 지난 주말에, 올해 여덟 살난 막내아들 세준이는 홀로 사촌들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와 겨우 육개월 정도의 나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사촌을 만나러 가는 세준이는, 몹시도 흥분되고 기쁜듯이 장난감들을 가방에 넣고, 입을 옷을 챙기어 신바람이 난 듯이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가 떠난 후, 집안 분위기는 오랜만에 조용해지고, 좇아다니면서 테니스하자, 공원에 가서 볼을 차자, 친구네 집에 데려다 달라, 먹을 것을 달라는 등의 요구가 없어지니, 저의 몸과 마음도 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빠의 사무실을 오르내리며 “아빠! 나하고 같이 게임 할래요? 축구 할래요? 같이 텔레비전 볼래요?” 하면서 일을 방해하던 아이가 없게 되니 일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십대의 누나들도 평소에 세준이가 방에 못들어오게 잠가놓던 방문을 활짝 열어 놓고 제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없는 첫 날은 오랜만에 집안이 조용해져서, 식구 모두가 살맛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틀째 되는 날부터 식구들의 표정은 물에 가라앉은 앙금처럼 굳어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시끄럽게 집안을 오가면서 떠들거나 방해하는 사람이 없어, 저마다 제일들을 하는데도 별로 재미가 없어보였습니다. 누나들의 꽁꽁 잠겨진 방문 앞에서 “문 좀 열어봐!” 하며 꽝광대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안에선
“용건이 뭐야? 하며 소리지르는 누나들의 음성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의 손에 이끌려 위아래층을 오가며, 아이들 의 침대 위에도 누워보고, 아이들 방에 있는 어항 속의 가재에게 먹이 를 주기도 하고, 애완용 쥐를 들여다보면서 즐거워하던 목사님은, 사무실 의자에서 하루종일 떠날 줄 몰랐습니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오늘의 특별 요리는 뭐죠? 스낵은 뭐예요?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요구하던 아이가 없으니 음식 준비를 하는 데도 신이 나질 않았습니다.

저는 괜히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 방을 들여다보게 되고, 아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들을 만져 보기도 하였습니다. 아이가 없는 깨끗이 정돈된 방과 침대는 왠지 썰렁해 보였으며, 물속에서 오가는 가재의 걸음걸이와, 열심히 둥지를 짓는 애완용 쥐의 모습조차도 쓸쓸해 보였습니다. 비로소 그동안 세준이가 있음으로 우리를 귀찮케 하는 존재가 아닌, 오히려 아이로 인해 우리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다이나믹하 고 재미있었으며, 순간순간에 기쁨을 누렸는지를 새삼스레 깨달으며, 자녀는 하나님의 선물임을 더욱 절감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며칠 후,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세준아! 우리가 너 를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지 알아?” 하면서 아이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아이는 눈을 껌뻑이면서 “엄마 사실은 나도 식구들이 보고 싶어서 어젯밤에 잘 때 혼자 울었어요. 이젠 다시는 며칠씩 어디 가지 않을거야! 나 집에 가면 ‘할렐루야’ 노래를 부를 거야” 하고 말하였습니다. 아이의 장난기 어린 모습 속에 소중한 성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급하게 신을 벗어던지고, 위아래층을 뛰어다니며 ‘할렐루야! 할렐루야!’를 노래하며 기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아이의 기뻐 뛰는 모습에 온 가족들도 큰 소리로 웃어대며 함께 기뻐하였습니다. 잠시 집을 나갔던 아이가 가족들의 품안으로 돌아옴으로 인해, 가족 전체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맞으며 집 나간 자녀를 기다리시는 하늘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날개 그늘을 벗어나면 신나는 세계가 있는 줄 알고, 호기심으로 집을 떠났으나 사막과 같은 삶속에 고아처럼 살게 되었습니다.

하늘 아버지는 그를 떠난 인간들이 아픔과 고난, 환난 속에 살아가는 것을 그대로 놔둘 수 없으셨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도 귀하여 그를 버리거나 잊어버릴 수 없으셨습니다. 다시 품으로 돌아 오기를 애타게 기다려도, 인간은 아예 돌아올 줄을 몰랐습니다. 결국, 다윗의 가지를 통해 당신의 가장 사랑하시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시어 그의 가슴을 열어 보이셨습니다. 그토록 크시고, 위대하시고, 아름다우시며, 고우신 분이 낮고 천한 마구간에 아기로 태어나시어, 영원한 생명을 안고 올해도 우리를 찾아오고 계십니다.

피조물인 우리가 창조주이신 그분을 영접하는 놀라운 축복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성탄절을 넉 주 앞두고 어제부터 시작된 대림절입 니다. 대림절은 집을 나간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며, 집을 떠난 자녀를 기다리다 지친 아버지가 손수 벗은 발로 자녀를 맞으러 나가신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우리의 고집과 저항을 벗어버리고 순백 한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집에 거할 나의 처소로 달려가 아버지께서 마련해 주신 하늘의 기쁨을 만끽하며 노래해야 할 시간입니다. 나와 당신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갈 때, 아버지는 분명 기뻐하시며 그의 모든 소유를 맡기시며 비로소 안심하실 것입니다.

The current image has no alternative text. The file name is: image-133.png
This entry was posted in Blueprint of Faith, Essay by WanHee Yoon. Bookmark the permalink.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