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처럼 뛰는 영혼들이여” © 윤 완희, (목사관 서신, 39번째 이야기) 1996

해마다 성탄절을 앞두고 행해지는 행사 중에 교도소 방문이 있었습 니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은 찌푸린 날씨 속에 바람은 세차게 불고 기온은 영하로 떨어져 모든 것이 을씨년스러운 날이었습니
다.

뉴욕 시내를 벗어나 차로 약 3시간 거리의 그린 카운티의 Cosxackite라는 마을에 있는 주정부 감옥에는 우리 자녀들이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는 많을 때에는 15명의 한인 청소년들이 들어가 있는데 올해는 9명의 청소년들이 있어 그들을 위한 성탄선물을 정성껏 준비하여 방문케 되었습니다.

인가와 멀리 떨어진 교도소 입구엔 발가벗은 앙상한 사과나무 밭이 펼쳐져 있고, 한쪽의 끊임없이 펼쳐진 들녘에는 잘려진 옥수수 밑둥들이 찬바람을 맞으며 누워 있었습니다. 때로 겨울새들이 무리를 지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키가 큰 나무들의 흔들림이 없다면 마치 풍경화 한폭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인 청소년들이 두 손과 발을 묶인 채, 험상궂은 다른 죄수들 틈에서 넘겨다보던 이 정경을, 그들의 심정이 되어 바라보노라니 눈앞이 뿌연 안개로 가리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교도소 입구에서 미리 보낸 서류와 함께 증명서를 확인하고 사인을 한 후에, 특수 형광 불빛에서만 보이는 도장들을 왼쪽손 등에 찍었습니 다. 그런 다음 여러 개의 철문을 통과하여 교도소 내의 한인 청소년들
이 기다리고 있는 작은 예배실로 인도되었습니다.

얼굴 모습이 익은 청년이 멋쩍은 듯이 인사를 하고, 처음 만나는 청소년들은 쑥스러운듯이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청소년들의 사이사이에 앉은 후, 목사님이 준비하신 성만찬을 함께 나누며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의 일부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생명인 피와 살을 먹고 마심으로 인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신비의 은혜 체험을 간구하였습니다.

“나는 한국 말을 할 줄 몰라요.” “난 영어를 잘 못해요.” “이곳에 들어온지 2년 반 되었습니다.” “이틀 전에 들어왔어요.” “5년 반을 이 곳에 있어야 됩니다.” “이곳서 3년은 더 있어야 합니다.” 누구의 잘못으로, 왜 그곳에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도, 그들은 독백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그들이 입고 있었던 칙칙한 푸른 수의조차도 그들의 숨어 있는 해맑음과 천진함을 가릴 수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한 가정의 귀한 아들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점호할 시간을 알리는 교도관의 노크 소리에 서둘러 일어서는 자녀들을 한 사람씩 포옹해 주면서 “예수님을 영접하면 이곳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예수님만 꼭 붙들어야 해요. 알았지” 하며 저들의 물기진 눈동자를 바라보았습니다. 무겁게 돌아서 가는 그들에게, ‘내가 알고 체험한 살아계신 예수님은 저들의 삶을 당장이라도 변화기킬 수 있으신데… …’ 하는 안타까움을 눈동자에 담아 애타게 건네 주었습니다.

되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내 자신을 하나님께 내어놓고 회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모의 이중적인 삶으로 인해 아이들을 혼란케 한 것은 물론이요, 이루지 못한 내 꿈을 주입시키고자 자녀의 꿈을 아예 묵살해 버리는 때가 얼마나 많았던지요. 부부 사이의 불화로 아이들의 평화를 송두리째 깨뜨리고 상처를 안겨주며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골도 이미 파 놓았습니다. 수의를 입고 있는 그들에게마음으로 용서를 빌며 공동의 책임과 아픔을 나누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부모가 어쩌면 가장 큰 적이었는지 모릅니다.

낯선 땅덩어리에 덜렁 옮겨다 놓고 밤낮으로 일에만 몰두하며 내팽개쳐진 어린 생명들이 이미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간 후엔, 원점으로 회복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자식을 감옥에 보내놓고 밤잠 못 이루며 자책과 슬픔 속에 괴로워하는 부모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의 영혼이 흰눈발이 뿌리는 밤하늘의 침묵 속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사망의 그늘진 땅에 거하던 자에게 빛이 비취도다”(사9: 2).

2,700여 년 전 소망이 사라진 한 시대를 향한 이사야의 노래가, 이번 성탄절에도 우리의 떠도는 영혼을 위로해 주리라고 의지해 봅니다.

“그때에 소경의 눈이 밝을 것이며 귀머거리의 귀가 열릴 것이며, 그 때에 저는 자는 사슴같이 뛸 것이며 벙어리의 혀는 노래하리니, 이는 광야에서 물이 솟겠고 사막에서 시내가 흐를 것임이라 (사 35: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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