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영주, 영범아!
이 겨울에 너희들의 영혼 속에 불어닥치는 있는 회호리 바람을 무엇으로 막아주고 감싸줄 수 있겠니? 너무나
엄청난 현실 속에 망연자실하게 울고있는 너희들을 떼어 놓고 떠나온 엄마의 갈갈이 찢겨진 심정의 고통을 억제
할 수 없구나! 아버지를 잃은 상처받은 너희들의 가슴이 아직도 파득거리는데, 그 아픔 위에 더 큰 아픔을
얹어주게 되었음에 이 엄마의 애통함을 어찌다 표현하랴!
지금부터 6 년전, 우리가 살던 한국 땅을 떠나올때 너희들은 11살, 9살의 어린 나이였었지. 나와 너희 엄마는 좀더
원대한 삶과 꿈을 갖이고 이 꿈의 나라라 불리는 미국 땅에 새로운 꿈을 심기 위해 설레이며 이땅에
도착했었단다.
그때, 나는 이 땅이 한국에서 상상하던 만큼은 쉽지 않은 나라 임을 몸소 깨닫고 부딪치며 우리 가족의 뿌리를
내리기에 밤낮으로 애를 썼었단다. 이미 세계의 경제가 70년, 80년대초의 호황경제가 아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가 서로 몸부리치는 경쟁 속에 있던 때였던 만큼, 엄마와 아빠는 하루 12시간 이상의 일을 감당하면서 살아야
되었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희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며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있음을 생각 할때,
하루의 피곤과 어려움이 오히려 보람으로 느껴지며,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단다.
영주야, 영범아! 이 아빠는 어느날, 이 땅 위에서의 꿈을 빨리 앞당겨 봐야되겠다는 갈등 속에 한국신문의
구직란을 넘기고 있었단다.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오는 “석면제거 작업” 이라는 눈에 익지 않은 글이 들어오기에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단다. 일의 조건은 높은 보수와 함께 작업상의 위험이 있다는 광고였었단다. 이 아빠는
밤잠을 못자며 고만하기 시작하였단다. 너희 엄마에게 의논하면 보나마나 반대 할 것임을 안 나는 엄마에게도 말
할 수 없었단다. 그러나, 천진난만하게 자라고 있는 너희들에게 이 땅에서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언약해 주고
싶었단다. 영주야, 영범아! 아빠는 아무도 모르게 생명의 도박을 시작했던거야. 이 아빠는 자신에게 약속했었단다.
그 일은 잠시하고 손을 빨리 놓으리라고! 아빠는 매일 매일 작업장에 나가서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방독면을
입고 석면이 날리는 먼지나는 작업 장에서 일할 때마다 “이젠 오늘로 그만두어야지!” 하고 말하며 견딜 수 있었어.
그러나, 언제부터였는지 그 무거운 노랑빛의 작업복을 입고 벗을 때마다 내 생명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음을
직감 할 수 있었단다. 그동안 설마하고 의심하던 일이 사실로 닥아선 것이었어!
지금부터 약 4년전, 어느날 몸의 이상을 느끼며, 너희들의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바라보았을 때, 이 아빠는
모래알이 되어 산산히 흩어져 버리는 “우리의 꿈”을 안고 통곡할 수 밖에 없었단다. 언젠가 너희들을 데리고
바닷가에 나가서 만들었던 바닷가의 “두꺼비 집” 기억하지? 영주, 영범, 아빠, 엄마가 한 여름의 햇볕이 쏟아지는
모래밭에서 만들던 두꺼비집- 너희들의 조그만 손을 모래 밑에 넣고, 그 위에 모래를 힘껏 덮으며 다둑거리며
“두껍아, 두껍아, 새집 줄께, 헌집다오!” 그때, 너희들이 만들었던 그 작은 두꺼비집들이 파도에 일순간에 쓸려갔을
때, 모래밭은 다시 평평한 모습으로 덮혀져 버리고 말았었지! 아빠도 이 땅에서의 꿈을 그토록 야무지게 알뜰하게,
철저하게 준비했었지만 ‘간암’이라는 파도에 모두 쓸려가 버린 것이었어. 내가 그토록 철저하게 의지하던
육신이라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는 허무와 절망감에 후회를 했지만, 이미 나의 45년이라는 육신의 시간은
막을 내린 것이었단다.
영주, 영범아! 엄마와 너희들을 이 땅에 떼어놓고 이 아빠의 육신을 먼저 땅에 눞히기란 쉽지 않았단다. 그러나,
이 아빠는 너희들을 떠나오면서, 내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품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었단다. 우리의 육신은 흙으로 돌아 갈지라도 우리의 영혼은 영원한 것이며, 하나님의 자녀들은 천국에서의
기쁨의 재회를 하는 것이란다. 너희 엄마, 비록 땅에서 42년이라는 짧은 생애였으나 믿음으로 승리하여, 나는
지난 주간에 하나님의 품안에서 만남의 재회를 하였단다. 너희들은 기억하지? 아빠없는 너희들이 행여나
그늘질까봐, 너희들을 밤잠 설치며 돌보고 사랑하던 하던, 엄마의 고운 품성과 해맑은 미소, 교회에서
성가대원으로 그 고난 중에도 찬양을 쉬지 않고 남모르게 봉사하던 손길들을…
영주, 영범아! 너희들의 눈물과 아픈 가슴을 주님께 모두 내어 놓거라! 주님은 너희들의 아픔과 허무, 고통을 위해
십자가에서 그렇게 달리시고 부활하시어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태 28:20)”고
약속하셨단다. 그분은 육신의 부모가 감당 할 수 없는 것 까지도 감당하시길 원하며 돌보고 계신단다. 지금은
너희들이 감히 알수도 없고 이해 할 수 없어도, 어느날엔가 너희들 앞에 계획된 하나님의 설계에 감사 할 날이
있으리라. 이 말을 꼭 기억하거라. 사람은 육신으로 사는 것이 아니고 영혼으로 살때, 고귀한 삶의 진실과 꿈은
결코 흩트러짐 없이 영원히 남게 될것임을!
천국에서,
[영주와 영범을 위한 기도]
“외치는 자의 소리여 가로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 하라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작은 산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않은 곳이 평탄케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나고 모든 육체가 그것을 함께 보리라 대저 여호와의 입이 말씀하셨느니라 말하는 자의 소리여 가로되 외치라 대답하되 내가 무엇이라 외치리이까 가로되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라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 하라” – 이사야 40장 1-3절 –
하나님!
바람이 불어옵니다. 영주와 영범이의 그 허물어진 담벽 샅샅이 살을 에이고 가슴을 찢기 우는 바람이! 사막과 같은 그 허허로운 들녁, 짐승의 울음마져 숨기워져 버린 그 어둔 적막속에 두 남매, 홀로이 남았습니다. 아버지의 꿈, 어머니의 꿈, 깨어진 조각되어 흙 바람 슬픈 노래되어, 꿈의 나라 뉴욕의 퀸즈, 우드사이드 골목길로 흔적없이 사라져 버리었습니다.
그토록 애절하게, 그토록 착하게, 그토록 충성되이 살고자 몸부림치며,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눈물로 기도하며 살던 당신 딸의 못다한 기도, 눈물되어 우리들의 가슴 언저리에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나님!
이 어둠에 덩그러히 놓여진 영주와 영범에게 우린 어떻게 새벽의 손길을 붙잡으라고 말해야 합니까? 우린 어떻게 “아이야 일어나거라!”하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더이상 빼앗길 것이 없는 저 어린 것들을 향해 무엇을 되찾아 보라고 권고해야 합니까?
하나님!
비가 오면 우산 받쳐들고 좇아나와 그 찬비를 가려주던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 빗속을 헤매는 영주와 영범이, 눈이 오면 뜨거운 코코아와 쿠키를 구워놓고 해맑은 미소로 맞아주던 어머니의 향기가 그리워 속절없이 문을 여닫는 아이들의 창가에 겨울새 한마리 쓸쓸히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하시옵소서! 만나주시옵소서! 영주와 영범이의 동토의 시간에 오시옵소서. 당신의 향기로, 당신의 봄기운으로, 그 패여진 골짜기가 평지가 되리라는 당신의 언약으로 오시옵소서! 말씀에 “육체는 풀이요 그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하심을 믿습니다. 우리의 눈길이 시든 꽃 위에 머물지 말고, 눈을 들어 수면을 운행하시는 당신의 손길을 보게 하소서.
하나님!
어느날엔가 어린 저들의 영혼에 등불이 환히 걸리는 그날까지, 우리의 기도가 영주, 영범의 어둔 밤을 비추게 하시고, 우리의 사랑과 관심 속에 새 힘을 얻어 일어설 수 있게하소서. 우리로 하여금 제 아이 남의 아이 가리지 않고, 함께 키워가는 지혜를 닮게하사, 우리 모두 저들의 부모가 되어 깨어진 조각들을 다시 주워들고 함께 쌓아가게 하시옵소서!
하나님!
이시간 바라옵나니 영주와 영범이의 잃어버린 사랑, 당신의 큰 사랑 안에서 되찾게 하시고, 슬픔과 절망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아름답게 피어나게 하소서. 치유의 임금, 평화의 임금, 기쁨의 왕, 만민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여 믿사오니, 우리 모두의 영혼 안에 듭시옵소서. 아멘
– 윤 완희 <1995년 12월 11일>
* 조영주(17세), 영범(15세)이는 4년 전에 아버지 조양현(당시 48세)씨를 간암으로 잃고, 어머니 조정임(42세)씨 마져 지난 12/5/95년 잃게 되어,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었다. 아버지 조양현씨는 이민초기에 석면제거일을 하다가 간암을 얻었으며, 어머니 조정임씨는 네일기술자로 일을하며 생계를 이어가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3주동안 의식불명 속에 지내다가 사망하였다. 이민초기의 평범한 가정에서 겪은 슬픈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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