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책방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성공한 이야기들이 많은 책자로 나와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한해에 한국의 IMF로 인한 실직자들과 실패자들 가운데, 그 실직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실패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을 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개성을 찾아내서, 그 장점을 살렸을 때, 의외로 성공이라는 볼을 움켜쥐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목사의 아내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지 못하고 수년간 헤매 인 적이 있다. 그것은 교우들의 다양한 기대와 각자가 부여해 주는 책임 분할로 인한 것들이었다. 어느 분은 사모는 늘 교회 부엌에 충실해야 만 된다고 못을 박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느 분은 기도를 누구보다도 많이해, 능력있는 사모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어느 분은 사모가 교회의 모든 사무 행정처리를 도와야 되며, 심방에 늘 부지런해야 하며, 반주자가 없을 땐, 피아노나 올갠도 능숙하게 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 가정의 어머니로 만 있어선 안되고, 교회의 어머니가 되어 성도들을 하나 하나 잘 돌보는 바다와 같은 아량과, 예수님 닮은 희생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위의 모든 기대와 조건에 하나도 맞는 것이 없었다. 부엌 일을 즐겨하지 않는 나는 교회 부엌은 더군다나 흥미없는 장소이며, 남편의 말 한마디에 잘 톨아지는 성격에 바다와 같은 아량과 예수님 닮은 희생과 사랑은 당치도 않은 일들이었다. 그래서 늘 ‘무엇이 참된 나의 삶이란 말인가?’라는 질문을 갖고, 설익은 개성과 성격대로 살다가 좌충우돌하는 경험을 갖곤 하였다.
기대감이라는 파도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시달린 상처투성이의 몇 년 후, 하나님께 “당신은 무엇을 원하시느냐?”고 비로소 묻게되었다. 그 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네 자신이 되는 것이지! 자신의 색깔을 찾는 거야! 내가 너에게 준 바로 그 빛 안에서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라고 응답하셨다. 허지만, 이미 시야가 어지러웠던 나에게, 내 빛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일상의 삶 속에서 내 자신이 되고자 하는 소박한 바램은, 어느새 봄빛과 같은 치유의 광선으로 내 삶을 치유의 단계로 들어서게 하고 있었음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아! 삶에 있어서 내 자신의 환경과 나를 인정하고, 내 안에서 큰 일을 행하시고 있는 이가 함께 하고 계심을 아는 일이란,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던가!
현재 미연합감리교 뉴욕연회의 감독되시는 Ernest S. Lyght 목사님께서, 70년대에 목회를 하시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가시는 곳마다 어려움을 당하시곤 하셨단다. 흑인이신 목사님께서 어느 백인교회에 파송을 나가셨는데, 세 가지 이유로 교우들이 들고일어났다. 첫째는 나이가 너무 젊고, 둘째는 흑인이고, 셋째는 독신이기에 어떻게 결혼의 위기에 처한 부부들을 돕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주일에 목사님께서는 예배 시에 이 세 가지 예를 들어 해답을 줄 기회를 만들었다. “… 성도님들의 세 가지 의문에 대해서 답변하겠습니다. 첫째, 내 나이가 너무 젊다고들 하시는데, 다음달엔 제 생일이 다가옵니다. 저는 어차피 나이를 먹을 것입니다. 둘째 제가 흑인이라는 것인데, 걱정 마십시오. 제 얼굴은 아무리 걱정을 하셔도 흑인의 모습 그대로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셋째, 제가 혼자라는 것도 걱정 마십시오. 약혼을 했으니, 곧 결혼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결혼생활에 카운슬링이 필요하면, 기도가운데 이미 주신 말씀을 붙들고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라이트 목사님은 그 교회서 수년간 부흥을 이룬 후, 흑인교회로 다시 파송되어 가게 되었다. 그런데, 흑인교회서 또 문제가 되었다. 백인교회를 근 10여 년 간 목회한 그가 어떻게 흑인을 이해하고 제대로 목회하겠느냐가 이슈였다. 목사님은 그들의 억측에 또 한번 답변해야 만 했다. “여러분, 저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무리 흰 페인트로 샤워를 해도 흑인의 피는 속일 수 없습니다. 내 조상이 이 나라의 노예였으며, 흑인인 내 부모가 나를 교육하고 키웠다는 사실은 아무도 지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 라이트 목사님의 하나님 안에서의 자신의 개성과 빛을 발견한 삶에 대한 자신감과 당당함은, 오늘에 있어 감독이라는 중직을 맡게 된 것이었다.
오늘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몸부림은 여기 저기서 들려 오고 있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는 진정한 당신이 누구인지도 정녕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죄인이며 나의 본연의 모습은 연약하고 기대할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내 안에는 광대하시고 선하신 이가 주인이 되시어, 나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빛과 향기를 낼 수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기대하고 존경하며 사모하는 그이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인정할 때, 신앙생활과 인간관계의 성공의 볼을 움켜쥐지 않을까!
– 윤 완희, 2/4/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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