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바구니

지난 주간에(12/4/94) 올해 3번째 전달되는 사랑의 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위하여, 자선 음악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바구니는 불우한 여성들과 자녀, 병든 이웃들에게 성탄절을 앞두고 보내지는 사랑의 선물인데,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전달해 주고픈 마음에서 시작된 운동입니다.

불우한 이웃이란 돈이 없는 사람들이나 병든 사람을 무조건 불우한 이웃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감당할 수 조차 없는 많은 물질을 갖은 사람과, 건강한 사람가운데서도 불우한 이웃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허나, 사람의 눈에 불우해 보이고 병든 사람들 가운데는 하늘의 보화가 넘쳐서 그 생명이 청년과 같이 소생하고 영생의 길을 활기있게 걷는 행복한 이들을 발견케 됩니다. “동서남북 어디를 방황하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품에 안기우기 전에는 참다운 평안이 없다” 라고 천명한 성어거스틴의 말을 기억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모든 사람들은 불우한 이웃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 어느 추운 성탄절을 앞둔 깊은 밤이었습니다. 서울의 피난민들이 모여서 살던 신당동의 판자집들이 즐비한 곳에서 자라나는 동심 속에는, 미래에 대한 어둠과 절망 밖에는 꿈꿀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오십초반으로 심한 폐병으로 앓고있었습니다. 내일이면 성탄절이라고 모두가 기뻐하며 사람들의 발길은 분주했건만, 저희 가정엔 6명의 형제자매들이 한방에서 이불하나를 중심으로 잠자기도 비좁은 현실에 기뻐해야만 될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허나 저의 동심 속에는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밤새 찾아와 머리맡에 큰선물을 두고 가리라는 기대감을 잔뜩 갖고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잠결에 이웃집 개가 몹시도 짖어대면서, 언니의 이름을 누군가가 밖에서 불러대는 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왔습니다. 온 가족이 거의 동시에 깜짝 놀라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집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대신 하얀 밀가루 한자루가 성탄카드와 함께 놓여있었습니다. 밀가루 한자루의 양은 온가족이 얼마동안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커다란 크기였었습니다.

그 후, 오늘날까지 성탄절이 가까이 오면, 그날 밤 멀리서 들려오던 그 음성과 큼지막한 밀가루 자루의 모습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기억해 주고 사랑해주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었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씨앗이 있다면 사랑의 씨앗을 뿌리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한 영혼 안에 뿌려진 사랑의 씨앗은 영생을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올해도 성탄절을 앞두고, 사랑의 바구니를 위해 후원회원들과 함께 몇달전 부터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였었습니다. 올 성탄절에도 외롭고 가난하고 병든 이웃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인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며 기쁨을 함께 나눠야 될터인데 무엇을 어떻게 시작 하여야 좋을지 막막하기만 했었습니다. 그 동안엔 후원회원들이 매 달 한차례씩 만나 기도하고, 선교회원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전하기도 하면서 모인 사람들 끼리 적은 헌금으로 사랑의 바구니를 전달했습니다. 허나, 세월이 가면서 그 선교 대상자들은 확대되어 사랑의 바구니가 더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기뻐 받으시고 자선음악회를 허락하시어 사랑의 바구니가 차고 넘치도록 축복해 주셨습니다. 음악회를 위해 멀리서 가까이서 참석한 음악인들은 그들의 재량을 마음껏 발휘하여 하나님께 영광드리었으며, 음악회에 참석한 분들은 감동적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너도나도 사랑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기도로 후원하고, 어떤 분은 음식을 담당하시고, 헌금을 보내시고, 출연진들을 위해 십자가를 손수 만들어 감사의 표시를 전해줌으로 인해 우리가 준비한 사랑의 바구니가 모자랄 정도로 넘치도록 담아주셨습니다. 저는 자선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기뻐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사람들은 선한 일하기를 무엇보다도 보람으로 여기며 동참하기를 원하다는 사실에 저 스스로가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땅에 주의 선한사역을 위해 용기있게 나설 일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땅에 천국은 더 넓게 확장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2,000년전 유대 임금을 맞으러 떠난 동방 박사들의 순례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원자의 탄생을 알리는 별의 인도 함을 받고, 다만 그를 경배하기 위해 그 길고 먼 순례의 길을 택하였습니다. 그리고, 끝내 아기 예수를 냄새나고 추한 마굿간에서 찾아내어 첫 경배드리는 영광을 갖게 된 것입니다. 올해도 사랑의 바구니에 가득가득 담아주신 성도들의 사랑을 아기 예수님께 예물로 바치며, 그분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그분은 때로는 병든 모습으로, 헐벗고 굶주린 모습으로, 정신병원에서 고통하는 모습으로, 영양실조된 아기의 모습으로, 철장에 갇힌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늘도 계십니다. 우리에게 자신의 심장을 송두리채 담아 보내신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올해도 사랑의 바구니를 전할 수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 尹 完 姬, <1994년 12월12일>

The current image has no alternative text. The file name is: image.png
Unknown's avatar

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This entry was posted in Essay by WanHee Yoon, faith-column. Bookmark the permalink.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