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날씨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월 초, 나는 산에 올랐습니다. 회색빛의 헐벗은 나뭇가지들이 바람결에 뒤흔들리며, 메마른 나뭇 잎들이 계곡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잿빛바위들이 알몸을 훤하게 드 러내 놓고 있었습니다.
평소 겨울산은 잠든 생명의 휴식처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겨울 산행은 새로운 아름다움의 발견과 함께, 그 어느 계 절보다도 활달한 생명의 격동함이 온 산을 울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여름 신록의 우거짐과 향기 속에서도 감히 만끽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힘의 에너지가 산의 구석구석을 운행합니다.
산 정상에서 조금씩 실낱 같은 물줄기를 형성한 줄기들이 계곡을 타고 밑으로 밑으로 내려오면서 점점 커지고 넓어져 폭포를 이루고 호수를 만듭니다. 가지 사이를 비행하고 있는 새들의 날쌘 날갯짓 이 산위에 그림자를 던지곤 사라집니다. 쨍하고 깨어지는 얼음소리, 산짐승들의 발자국 소리, 마른 가지들의 부러지는 소리, 동면을 즐 기고 있는 뱀들의 쌕쌕거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산은 결국 잠들지 않고, 생명들이 여기 저기서 활발하게 격동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은 어둔 하늘에 깨어질 것같이 초롱하게 빛나는 별들과 달들의 화려한 외출 아래, 뿌려지던 은빛 눈발이었습니다. 그 은발의 휘날림 아래서 하늘을 우러러볼 때, 내 영혼이 하나님의 은총 없이는 아무것도 아님을 깨 닫게 되었습니다.
한낱 겨울산의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하나의 돌덩이와 같은 인간 속에 하나님의 영을 부어 주시고 만족하게 여기셨던 그분의 선하심 에 뜨거운 찬양이 내 영혼을 덮었습니다.
인간의 삶 속에도 분명히 겨울이 있습니다. 춥고, 삭막하고, 사람 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에게까지도 버림을 받 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리의 춥고 외진 삶 속에도 하나님의 은총은 계 속되고 있으며, 그러한 고난의 생활 속에서 우리를 향하신 그리스 도의 사랑의 에너지는 끊임 없이 격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새 봄,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색색의 튤립은 긴 겨울 언 땅속에서 의 몸부림 없이는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튤립은 하나님의 계획 아 래 봄의 꽃으로 이미 정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만 하나님의 원대하신 계획과 섭리 속에 기다리며 순종 하며 맡기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겨울이 길다고 한탄하십니까? 찬란한 인생의 봄을 위하여 기다리 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께 당신의 가슴을 활짝 열지 않으시럽니까?
– 윤 완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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