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요즈음 사순절의 영적 순례의 길을 걸으면서 어머니에게 이렇게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신을 올릴 수 있게 됨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저는 어머니와 멀찌감치 떨어져서 있을 뿐이었겠지만, 하나님께서는 그것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깨닫게 해주셨어요
어머니! 제가 결혼 후에 가끔 그이에게서 듣던 말이 있었어요. 그것은 “우리 어머니는 참 냉정하신 분이셔” 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그 말의 뜻을 알지 못하면서도, 제 마음도 괜스레 어머니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살았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어머니는 갑자기 이것이 무슨 말들인가 하고 의아해 하시겠지요?
어머니! 올해 들어 기도의 큰 제목들을 갖고 매달 금식기도를 하던 아범이, 하나님 앞에서 과거에 어머니에 대한 섭섭했던 마음을 지니고 살았던 것에 대해 회개하게 되었으며, 회중 앞에서 간증하게 된 것이었어요.
어머니 아범은 둘째아들로,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많은 상처를 받고 자랐어요. 특히, 큰 형님에게 쏟으셨던 정성과 기대 속에, 둘째인 아범은 늘 소외감 속에서,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추천한 K 중학교와는 상관없는 학교를 어머니의 주장대로 보내셨던 것에 대한 섭섭함이었어 요. 또한 당시 의대 다니시던 형님의 학비를 위해, 모든 생활비를 절약 하시고 심지어 동생들 통학에 마땅히 들어가야 될 버스비 조차도 절약 하시면서, 큰아들을 가르치신 어머니의 일념을 이제 저희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어렸던 아범은 어머니의 큰 뜻을 생각하 기보다는 그 먼 학교 길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어다니며, 외롭고 소외된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입니다.
어머니!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은, 하나님께서 인간이 자신의 죄를 돌아보며 눈물로 회개할 때, 과거의 무의식 속에 잊고 있었던 죄까지도 다 기억나게 하시고 씻기시기를 원하심을 알게 되었어요. 아범은 회개를 통해, 어머니가 냉정하시거나 그에게 무관심했던 분이 아니셨으며, 어머니의 모든 것을 바쳐 아범을 사랑하셨던 분이셨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한국전쟁 때, 의용군 징집을 피하여 어디론가에 정처없이 떠나가신 아버지 없이, 세 자녀를 데리고 평택, 수원, 대전 등으로 걸어서 피난길에 오르게 되셨어요. 그때, 겨울 한파가 한반도를 혹독하게 불어제치고 있었습니다. 그 추위에, 나이가 가장 어린 아범을 등에 엎고 그 무거운 짐들을 머리에 이고, 양 손에는 형님과 누님의 손을 잡으시고 먼 피난길에 나서게 되셨지요. 어린 아범은 어머니 등 뒤에서 배가 고프다고 종일 보채니 당장 먹일 것은 없는데, 마침 떡장사가 피난민들에게 개피떡을 파는 것을 보고는, 애지중지하시던 금지환을 선뜻 빼시어 한조각의 개피떡과 바꾸셨지요. 고사리 같은 손에 빨갛게 동상이 들었던 아범은 그 얼어붙은 개피떡을 손에 쥐고 다 먹더라는 이야기는, 저도 어머니로부터 몇 번 들었답니다. 어머니는 등에 있는 아기가 행여 얼어죽을까봐 그 두툼한 솜 바지 저고리를 해 입히고, 기저귀가 젖어 있지는 않을까 하고 늘 살피셨어요. 피난길에 개울을 만나면 그 짐 다 내려놓고, 얼어붙은 개울물을 깨며 흠씬 젖은 아기 기저 귀를 빨아 찬 겨울바람에 말리시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 젖은 기저귀를 품에 넣어 말리기까지 하시면서, 아기를 살리셨지요. 하마터면 어느 아낙네의 아기처럼 어머니의 등에서 얼어죽어, 그냥 길가에 버려졌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최선의 사랑과 정성을 다 쏟으셨던 것이었어요.
그 후, 전쟁통에 잘 먹지도 못하고, 늘 병치레로 살아가는 아범을 향해 “저 녀석은 사람 노릇도 못하고 살 것이다!”라며 외삼촌들이 늘 구박했대죠? 보세요! 사람의 눈에는 보잘것없었던 아기를 하나님은 부르셨고, 어머니는 훌륭하게 키우신 거예요. 어머니! 감사드려요! 아범이 말했어요. “그 전쟁의 포화 속에서 어떤 부모들은 자신의 어린 아기를 버리고 피난길을 떠나도 흉이 되거나 범죄로 취급되지 않던 상황에, 우리 어머니는 나를 버리지 않고 평생 허리가 아파 고통하시기까지 나를 당신의 등에서 내려놓지 않으신 사랑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라고요. 아범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에 온 성도들은 가물어 메말랐던 영적 마당을 흠씬 적시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조상 때부터 섬겨오던 미신을 버리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그 사랑을 깨닫게 되신 후,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아들 셋 중 하나를 주의 종으로 바치시기로 서원하셨었다죠? 어느 날 아범이 주의 종이 되고자 서원했을 때, 어머니의 기쁨과 눈물의 기도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시도 마르거나 쉬지 않으셨지요.
어머니! 하나님 앞에서 저희는 비로소 얼마나 자유스러워졌는지 아세요? 부모님의 사랑도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야 겨우 깨닫는데 하물며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으려면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이 깨어지고 새로워져야 될까요? 어머니! 어머니께서 6• 25 전쟁 때 한 조각의 개피 떡과 바꾸셨다는 금지환은 지금 어디 누구의 손에 끼워져 있는지는 몰라도, 어머니의 사랑과 믿음의 금지환은 저희들의 심령 가운데서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이 사순절에 죄 씻음을 받게 하신 주님의 사랑에 또 다시 감사드리며, 어머니!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둘째며느리가 올립니다.
– 윤 완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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