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관 서신을 시작하며

제 마음이 종종 머무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엔 저를 기다려 주는 빈 의자가 있는 곳도 아니요,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맞아주는 곳도 아닙니다. 다만 그곳은 저만의 장소이며 성소입니다.

어느 날, 수년을 기다리던 껍질을 헤치고 새순이 따스한 햇볕아래 돋아나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경이로운 놀라움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하나님께 드려지는 찬양은, 한 묶음의 향기로운 꽃다발이 되어 시간의 급류에 떠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자연으로 불러내어 바람과 새를 통해, 풀과 나무, 바위와 시냇물로 말씀하셨습니다. 폭우가 내리던 대양의 외로운 항해가운데서도 흔들리는 함선을 지키시며 방향을 잡고 계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어느 곳을 가든, 무엇을 하든, 그 분은 언제나 늘 함께 하셨습니다. 만물을 통해 그 안에서 치유하시는 그리스도의 눈물과, 강물같이 흐르는 보혈의 사랑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수년 전, 어느 오페라 공연에 참석하여 여주인공 앞에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작곡자의 노래에 생명을 주기 위해서,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이나 관중을 전혀 마음에 담지 않은 채, 혼신을 다해 열창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녀는 작곡자의 혼이 현신 이라도 한 듯이, 일생일대의 마지막 호흡을 한음 한음 속에서 정확하고 예민하게 내뿜고 있었습니다. 목사관은 제 삶의 터전이며 무대입니다. 그러나 얼마나 열정을 다해 정확하고 예리하게, 주님의 호흡을 내 쉬고 있는가? 하는 자책이 늘 있습니다.

20여 년간의 다 민족 목회를 통한 목사관의 삶은 수많은 귀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목사의 아내만이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랑과 일들도 경험했습니다. 때로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기쁨과 아픔을 삭이던 귀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부족한 사람의 경험과 생각들을 목사관 서신을 통해 함께 나눌 수 있게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다른 만남과 관계 속에 가슴 설렐 뿐입니다.

저는 또 다시 달려갑니다. 물오리들이 한가로이 떠다니는 공원 옆 호수엔, 물아래 드려진 나무들의 모습이 계절마다 다른 색채를 띄고 맞이해 줍니다. 물위를 여유 있게 헤 젖는 물오리들의 기지개가, 내 마음에 쌓여있는 먼지들을 털어 낼 것만 같아 오늘도 잠시나마 여유를 찾아봅니다.

— 윤 완희, LA Christian Today, 5/30/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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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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