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은 밤에 저희 부부는 초조한 마음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게 되었습니다. 낮부터 귀를 기울이며 내일의 날씨가 어떨지 온 통 신경을 쓰고 있었건만, 기상대의 소식은 때아닌 물난리 경보였습니다.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많은 날들을 계획하고 기도하고 수고하며 기다린 날인데… …. 행여나하는 마음에 마감 뉴스를 다시 확인한 결과, 엄청난 비와 함께 북쪽에는 4~5인치의 눈까지 내릴 것이라는 보고에, 계획을 연기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막상 계획을 연기하자니, 한창 마음 부풀어 있는 초행길에 동행할 분들의 실망된 얼굴이 떠오르고, 우리를 기다릴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어리었습니다.
“하나님! 어찌하시겠습니까? 하나님! 저희는 홍해를 가르시고 요단 강을 건너게 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원하시면 밤새 이 뉴욕시내와 뉴욕 주를 덮고 있는 저 먹구름들을 당신의 입김으로 불어 다 른 곳으로 보내 주시든지, 아니면 그대로 하늘에 붙들고 계시든지 하여, 내일의 일에 차질이 없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간절히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4시, 한창 몰아치는 비바람 폭풍우를 기대하며 창문 밖을 내다보니, 하늘은 음침한 먹구름 속에서 아직 잔잔할 뿐이었습 니다. 예상 외로 과히 춥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구나! 하는 확신이 들면서 계획했던 감옥 방문을 서둘러 떠나게 되었습니다. 새벽잠을 설치고 각지에서 달려온 12명의 성도들을 실은 교회 버스는, 간간이 이슬비가 내리는 하이웨이를, 뉴욕 주의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감옥에 갇힌, 한인 청소년들을 찾아 사랑의 바구니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느 분은 아이들 학교도 하루 쉬게 하고 달려왔으며, 어느 분은 세탁소 일을 남에게 맡기고 달 려왔습니다. 어느 분은 구세군에서 종을 치면서 자선 냄비에 앞장서 서 봉사하시는 분이었는데, 자신이 스스로 성탄의 종소리가 되고자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어느 권사님은 몸이 아픈 딸이 멀리서 오는 날 이건만, 딸이야 다녀와서 돌봐 주어도 하나님 품과 자신의 품에 있는 것이니 염려할 것이 있겠느냐며 달려오셨습니다. 천주교, 장로교, 구세군, 미 연합 감리교, 한인 감리교, 성결교인, 순복음교회 교인 등 교 단과 교파도 다르고, 초면의 얼굴들이지만, 일상에서 감히 벗어나올 수 없는 상황의 쇠사슬을 담대히 끊고,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은 모였습니다.
꽝꽝거리는 철조망을 몇 번 통과하고, 도로공사로 진흙밭이 되어 있는 길을 통과한 후, 청소년들과의 기쁜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죄명을 물어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미워할 것도 용서 할 것도, 그들 앞에서 먼길을 왔다고 자랑할 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에, 그 죄를 묻지 않으시고 예언의 강을 건너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에 감격하여 눈시울을 적실 뿐이었습니다. 1시간 15분이라는 짧은 만남 속에 캐럴을 부르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와 용기를 받으면서 뜨거운 사랑의 포옹을 하였습니다.
청년들은 점호할 시간이 되었다는 간수의 독촉을 받고, 손에는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정성껏 마련한 사랑의 바구니를 들고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밖은 여전히 포근한 날씨에 이슬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었고, 우리의 심령에는 2,000년 전 한밤중 들녘의 양치는 목자들 앞에 나타났던 이상한 별이 우리의 길을 인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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