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살고 있는 여덟 살 난 저스틴(Justin)은 주말이면 키가 장대 같은 아버지가 데리러 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저스틴이 아버지의 차에 올라타는 시간이면, 저스틴의 할머니와 엄마가 창문 너머로 아이가 떠나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강아지도 창문 너머로 짖어대며 저스틴에게 꼬리를 흔들어댑니다. 저스틴의 모습을 멀찌감치 바라보던 우리집 세준이도 왠지 심통을 내면서 투덜댑니다.
“오늘은 저스틴이 아빠한테 가는 날이라서 누구하고 놀지?”
청교도 신앙이 무너지기 시작하던 1960년대부터, 미국인들의 전통 가족 가치관은 뒤혼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1960년대의 5.4% 라는 사생아 출생률은 1990년대에는 26.2%를 기록했고, 복지기관 수 용 아동은 3.5%에서 11.9%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외짝 부모 양육은 8%에서 22%로 늘어났으며, 10대 자살률은 3.6%에서 11.3%가 되었습니다. 결혼한 50%의 미국인 가정이 이혼을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중에 15%의 어린이들이 18세가 되기도 전에 부모의 거듭되는 재혼과 이혼 속에, 두서너 번째의 새 아버지를 따르도록 강요를 받는 심리적인 중압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또한 생면부지의 아이들과 의붓 형제자매들로 맺어졌다가는 다시 흩어지는 아픔과 혼란은 아이들로 하여금 깊은 심리적 장애를 일으키게 하고 있다는 보고를 듣게 됩니다. 아이들은 친구를 잃는 슬픔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대부분 깊은 우울증 속에 학업에 흥미를 잃고, 자신들의 결혼생활에서 더 큰 고통을 겪는 일을 되풀이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 경제의 침체 원인도 이러한 가정의 가치관 쇠퇴와 연관되어 있다는 뉴욕타임지와 월 스트리트저널의 보고를 우리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 가정이 어려울 때면, 가족과 가족이 함께 울고 웃으며, 난관을 극복해 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는 해묵은 이야기가 되어 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시대의 변천은 물량주의, 능력주의, 개인주의로 치달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끼리 참고 인내하는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져 가고 맙니다. 과거엔 가족의 개념을 남편과 부인, 자녀들이 함께 사는 것으로 당연하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만을 가족이라 하지 않습니다.
몇년 전 새 목사관에 이사한 후에, 이웃집 부인에게 인사를 하였더 니 자신의 가족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녀는 40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가족으로는 자녀가 둘 있는데, 세 살 때 과테말라에서 입양했다는
19살짜리 아들과 3년 된 고양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또한 우리집 막내의 친구 중에 라모라는 아이는 부모가 이혼한 후에, 정기적으로 아동 심리 치료사를 만나러 가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라모의 엄마는 아이 둘의 양육과, 부채를 갚기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느라 정신없이뛰어다니며 늘 피곤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낳거나 양자로 삼을 수 있고, 여자끼리, 또는 남자끼리 살아도 엄연히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시대에서 자라 나는 우리의 아이들이 도덕적으로, 신앙적으로 어떻게 자라줄지 염려 될 뿐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어머니로서 할 수 있는 한계가 있고, 또 아버지가 담당해 주어야 될 부분들이 너무 많음을 깨닫게 됩니다. 양쪽 부모의 조화된 사랑과 훈계로 양육하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을 것들을 혼자 해결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동그라미는 하나의 선의 시작과 끝의 만남입니다. 이 시작과 끝의 만남의 이그러지거나 깨어졌을 때, 동그라미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남자와 여자의 동등한 두 인격체가 하나로 만나 가족이라는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그 동그라미는 계속 고리를 이어나갑니다, 작고 큰 모양을 내면서. 그러나 웬일인지 세대가 바뀌면서, 동그라미가 동그라미 자신을 부인케 됩니다. 네모의 모양을 그려봅니다. 삼각 형을 그려봅니다. 별을 그려봅니다. 호기심에 찬 동그라미들이 자신을 시험해 봅니다. “흥 나도 내 모양을 깨어 볼 수 있어! 자, 여기를 보라고! 나의 새로운 모습을… … . 얼마나 멋있어! 그 굴레들을 벗어 버려! 내 모양을 보아! 얼마나 홀가분한지 … … .” 동그라미들은 깨어지는 아픔을 겪습니다. 그리고 자꾸만 새 모양을 그려봅니다.
저스틴을 태운 차가 멀찌감치 골목 어귀로 사라지자, 창문에서 내다보던 저스틴의 엄마가 비로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한 시절의 그 의 남편이었던 낯선 남자와 아들이 남기고 간 자취를 하염없이 바라 봅니다. 그녀의 뒤를 이어 할머니와 강아지가 힘없이 거리에 나섭니다. 그녀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세준이가 내다보고 서 있는창가를 향해 두 손을 흔듭니다. 세준이의 맥없는 손이 두세 번 흔들립니다. 아이와 나는 두 눈이 마주치자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포옹을 아무 말없이 나눕니다. 우리가 사는 골목길은 깨어진 동그라미 속에서 한동안 시간이 멈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