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이 생명의 찬양을” – 목사관 서신 (분꽃 이야기, 다섯번째) 2001, 윤 완희

이 가을, 내 영혼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산야를 날아봅니다. 하나님의 솜씨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산의 능선과 들녘, 강줄기따라 흘러 넘치는 오색 축복의 잔치, 기쁨의 빛으로, 평화의 물결로, 사랑의 폭죽으로 불타고 있나이다. 수려한 산등성이와 바닷가 갈대 숲을 걸으시는 주님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 찬양하는 갈잎들과 갈대의 노래, 들국화 춤의 향연이 골짜기마다 물결을 이루며 거룩하다! 거룩하다! 주님의 솜씨 거룩하다!” 하며 기뻐하고 있나이다.

주여! 보시옵소서! 피조물들의 경배를 … …. 아침과 낮, 저녁과 밤을 통하여 주께서 일년 내내 베푸신 햇살의 풍성함과 단비의 촉촉함과 청명한 이슬과 천둥 번개로 무르익은 향기로운 단맛의 과실들이, 가지마다 휘청하게 매달리어 찬미의 합창을 부르고 있나이다. 한 입에 물씬 깨물리는 붉게 물든 단감과 탐스러운 포도송이의 단물 속에서 당신의 속삭이시는 사랑의 고백을 듣나이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사람이 무엇이기에 당신의 성실하시고 지극하신 사랑, 그토록 진하고 향기로우며 달콤하옵니까?

아름다우신 주여! 요즈음엔 어디를 가든지 당신의 모습뿐입니다. 찬서리 내린 이른 아침에 유유히 물위를 헤엄쳐 가는 백조의 모습 속에 당신의 우아함을 뵈오며, 코스모스 가는 허리 높이 펴고 방긋거리는 해말간 웃음, 속에 당신의 순결하심을 뵈옵나이다. 낙엽쌓인 숲속을 장난질치며 질주하는 다람쥐들의 빠른 걸음 속에 당신의 쾌활하심을 뵈오며, 저 높고 높은 하늘의 뭉게구름 떠오름 속에 당신의 인자를 뵈옵나이다. 들녘,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노오란 옥수수 단에서 당신의 풍요를 뵈오며, 우수수 흩어져 내리는 낙엽을 흔드는 바람 속에 당신의 손길을 뵈옵나이다.

전능하신 내 주여! 이젠 뉘엿뉘엿 서산에 넘어가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서도 슬프지 않은 것은, 당신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와 계심 입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가을 빗속을 옷이 젖도록 걷고 걸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당신의 관용이 온몸에 가득함입니다.

나의 왕, 나의 주님이시여!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면 언제나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있사오니, 못다한 날들과의 이별과 회한의 눈물이 결코 아니옵니다. 그 눈물은 위대한 당신의 언약 앞에 이 연약한 인간이 두 팔을 벌리고 감격하는 환희의 눈물입니다.

주여! 지난날의 게으름과 용기없음과 덧없는 허무에 사로잡혀 귀한 세월 허송하였음을 용서 구하기도 전에, 당신은 어느덧 나를 용서하시고 받아 주시옵기에 염치없는 얼굴로, 눈물을 닦으며 다시금 당신께 향하곤 하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아버지시여! 이 산야에 오색으로 타오르는 불덩이 속에 호렙산 가시불 앞에 선 모세를 생각하며 떨리는 가슴으로 하늘을 우러러봅니다. 당신은 언제나 불이시며 빛이시옵니다.

소멸의 불이 아니요, 생명의 불로 오시는 이여! 말씀하소서. 이 가을엔 당신의 감추인 비밀을 내게 말씀하옵소서. 이 작고 무지한 생명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주님의 뜨거운 가슴을 안고 무릎 꿇었사오
니 말씀하소서!

팔씀이 육신이 되어 생명의 빛으로 오신 이예! 영접하오니 나의 가장 깊고 깊은 곳으로 오시옵소서, 나의 냉기어린 빈 땅에 오시옵소서,

오늘도 사람을 위해 베풀어 주신 당신의 사랑은 창고마다 가득할진대, 정작 마땅히 베풀어야만 했을 나의 사랑은 변변치 못하였음을 어찌하오리까? 당신의 가슴은 지금도 자식과 남편을 잃은 르완다 여인과 함께 빨갛게 타들어가고 있으며, 굶주린 독수리 한 마리 광아에서 죽어가듯, 죽어가는 소말리아의 어린것들과 함께 노오랗게 굶주려 가고 있건만, 내 가슴은 아직도 설익어 퍼렇기만 함을 이 가을날 고백하
옵나이다.

앞뜰과 뒤뜰, 산골짜기마다 쌓여가는 낙엽조차도 그냥 내버려두시지 않으시고, 흩으시며 모으기도 하시며 흙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돌보시며 거두시는 주여! 높고 높은 빈 나뭇가지 꼭대기에 덩그러이 남게 될 새들의 둥지를 지키시고, 벌거벗은 산짐승들을 먹이시며,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심같이, 내 수치와 자애 (자신 만을 사랑 함) 조차도 결코 꺾지 않으시고 무르익기를 기다리시옵니다.

주여! 한 해 동안의 시련과 고난을 넉넉히 이겨 나갈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시고, 생명의 처소에 쏟아지는 별빛으로 내 영혼의 어둠 밝히시며 열매마다 미래를 심으셨사오니 감사하옵나이다.

이 가을! 내려덮이는 낙옆 속에 내 영혼의 겹겹이 쌓인 껍질들을 미련없이 벗어놓습니다. 그리고 벗은 몸으로 또 하나의 거룩한 약속을 위하여 묵묵히 겨울로 떠나가는 나무를 닮고 싶습니다.

나의 주님이시여! 이 가을, 주님이 지으신 산야의 성소가 가슴 뭉클 하도록 참으로 곱고 아름답게 물들었습니다. 인간에게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가장 풍성한 것으로, 가장 소중한 것으로 주시기를 즐겨 원하시는 주여! 이 생명의 찬양 받아주시옵소서! 아멘.

Create a painting inspired by the text "Autumn Prayer, This Praise of Life". Depict a serene autumn landscape with vibrant colors, rolling hills, and a flowing river. Include a radiant sunset, a swan gliding on a lake, and a tree shedding its golden leaves. Add a figure kneeling in prayer, surrounded by the beauty of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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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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