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시작할 즈음,
하나님 같은 흰 눈이
벌써 행장을 꾸려
나서고 있었지요.
그래서 만남은 모두 새로워지고,
모든 인연은 신선해졌지요.
먼 길을 걸어와서가 아니라,
은총이 길을 밝혔기 때문이지요.
이제 다시 만나
돌아온 나그네가 아니라
길 떠날 순례자로서,
마음을 열고 서 있습니다.
날씨는 거칠고,
땅덩어리는 진흙으로 무겁지만
흰 눈이 덮이니
그 무게가 부드러워지고,
어둡던 길 위에도
약속의 빛이 스며듭니다.
내리는 흰 눈 속에서
새로운 세상이 드러나고,
기쁨은 필연이 되어
구름을 뚫고 오는 빛처럼
우리를 감쌉니다.
멀리 걸어온 건 아니지만
이미 흰 눈은 내리고 있지요.
땅 위에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고요히 내려
하나님의 임재로
가득 채우고 있지요.
[관계 시리즈 – 13, 마지막 시] 이 시는 1974년 12월 7일에 군 생활 하면서 쓴 것으로, 1985년 12월 30일 창천교회에서 결혼예식에서 친구, 싱어송 라이터,가 본인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축하노래로 불러주었다.
© 윤 태헌, 197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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