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막내아들이 학교 숙제를 한다면서 마틴 루터 킹 목사님에 관한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몇 가지 질문 중에 “그의 생일을 왜 기억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잠시 그의 생애가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과연 현대의 진정한 지도자란 누구이며, 역사는 그를 어떻게 영원한 지도자로 세우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대를 일컬어 ‘지도자를 잃은, 역사의 파도 위에 헤매이는 배와 같다’는 말을 흔히들 합니다. 서로가 잘해 보겠다고 하지만, 우선 배타적 민족주의가 앞서고, 개인의 이기심 때문에 진정한 공익을 위한 헌신적인 지도자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바로잡기’의 회오리 속에 감옥에 갇힌 전직 지도자들이 한국 땅에 끼친 영향 또한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자손대대로 많은 교훈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지도자란 자신이 남 앞에 서야겠다는 욕망을 지녔을 땐, 이미 지도 자로서의 자격이 상실됩니다. 그 욕망 속에는 남을 섬기고 봉사하겠다는 순전하고 겸손한 자세보다는,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이익과 부를 축적하고 인맥을 키워서 권력을 과시, 관리하기 위한 매체로 쓰여지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자신의 명성과 지도력을 얻기 위해 쿠데타나 뇌물, 정치력을 이용해서 잠시 그 지도력을 빼앗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권력 앞에 값싼 갈채와 위장된 존경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모든 미화된 껍질들이 벗겨지고 역사의 심판대 위에 서는 날이 오면, 그의 진실과 지도자로서의 평가는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 것입니다. 억지로 만들어진 지도자 밑의 국민들은 인권유린과 민심혼란을 경험하게 되며 그 시대가 이룩해야 하는 창의력과 생산적인 역사도 사장되고 마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은 우리 가족 모두가 존경하는 지도자 중의 한 분입니다. 해마다 우리는 그를 추모하는 예배와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데, 그 때마다 그분은 진정한 지도자였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가 흑인들뿐만 아니라, 노벨 평화상을 수여받은 세계적인 지도자로 서게 된 것은 그가 원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지도자로서의 자질이나 역량을 지녔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동네의 이름없는 불우한 노인들, 아이들, 불량배들의 친구 였으며, 작은 교회(Montgomery Alabama)의 사회 경력이나 목회 경력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흑인 침례교의 젊은 목사일 뿐이었습니다.
그는 한 번도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정치적인 음모나 술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약한 자들, 아픈 자들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하던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흑인을 차별하는 버스 안에서 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간 여인(Rosa Parks)의 인권을 위하여, 그 버스의 보이콧 운동을 시작하여 승소하였습니다. 그의 목표는 단 한 가지, 모든 흑인들이 겪고 있는 인종차별과 부정의의 사슬을 기어코 끊고야 말겠다는 신념이었습니다. 미국의 독립정신인 자유와 정의, 평등의 행복을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음을 재천명했던 것입니다. 그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봉화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지 흑인들은 그를 그들의 지도자로 나서주기를 원 했습니다. 암흑 시대의 아픔을 볼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분연히 일어설 수 있었던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순수한 꿈 위에 그들의 후세대를 걸기 시작하였습니다.
1963년 8월 28일 워싱턴에서, 그는 미국의 꿈을 새로 정리하였습니다. 그는 세계의 고난받고 있는 사람들과 억압하고 있는 사람들의 갖가지 혼란된 꿈을 이사야의 예언 앞으로 담대히 인도하였습니다.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작은 산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않은 곳이 평탄케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나고 모든 육체가 그것을 함께 보리라”(사 40 : 4~5).
그는 하나님의 정의 실현을 믿었습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함께 기도하고 고난받고, 함께 감옥을 가더라도, 그 자유의 날은 곧 올 것을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흑인 사회에, 아니 우리의 또 하나의 조국 인 미국 땅에 그러한 지도자가 나올 수 있었으며, 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한인사회만 해도 지도자로 알려진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머잖아 한국에 나가 정치 일선에서 뛰기 위해 여기서 준비하시는 지도자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명예를 위해 지도자 자리에 스스로 오르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분명한 것은 자신만의 목표가 아닌, 우리 이민 사회의 아픔을 스스 로 짊어진 채, 공익을 위해 헌신 봉사하시는 분들이라야 한다는 사실 입니다. 분명 우리의 지도자는 역사의 풍랑 속에서 제자들의 더러워 진 발을 씻기며, 섬김의 본을 보이신 예수님에게서 우리의 진정한 지도자 상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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