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태헌, 1998
오른쪽에서 보면, 그의 얼굴은
비뚤어지고, 악의로 굳어 있다.
그러나 왼편에서 보면,
잃어버린 평화 속의 슬픔이 서 있다.
땅은 굶주림을 가장 오래 기억한다—
목마름을 간직하고, 나머진 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짧은 기도로 빈다.
“이 땅 위를 평화롭게 걷게 하소서.”
그러나 땅은 오래 잠들지 않는다.
너의 발밑에서 갈라지고 흔들린다.
그 진동은 네가 되고,
그 갈라짐은 네 슬픔의 소리다.
우리는 굶주린 채 들판을 거닌다.
빈 자루와 거친 손으로
남겨진 이삭을 찾는다—
남자도 여자도, 아이들도 함께.
너는 멀리 달아날 수 없고,
나도 여기에 머물 수 없다.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
거친 삼베옷 입고, 머리에 재를 얹고,
가슴을 치며 울며 고백하리라.
이 세상은 하나의 나무,
이미 속부터 썩어 버린 나무.
그리고 우리가 품은 생각들—
처음부터 잘못 자란 나뭇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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