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뜰에
노란 오이꽃이 등불처럼 피었다.
약속의 꽃잎이 수줍게 떨어질 때마다
한여름의 파도는 밀려왔다.
타는 해 아래,
어머니는 주님의 말씀을 등에 지셨다.
“사람이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돌을 캐내고
덩굴의 뿌리를 쪼개며,
잡초를 뽑고
흩어진 생각을 거두셨다.
상추잎을 모으던 그 손길—
나는 기억한다,
리본을 단 긴 머리의 소녀,
별빛을 가슴에 따 모으며
개구리 울음 속 여름밤을 건너던 시절을.
보리 고개 넘어
짚신 신고 달리던 전라도 황등리의 굽은 길,
그 위에 칠십 해의 발자국이 남았다.
푸른 슬픔의 목마름에도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낮게 사셨다.
개미 떼가 짐을 옮기면
장마가 가까움을 아셨고,
달에 무리가 지면
내일의 더위를 미리 느끼셨다.
그럼에도 늘 주님의 말씀을 붙드셨다.
“사람이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호미를 들고
마음의 밭을 쉬지 않고 일구셨다.
생명은 강물처럼 뜰을 적시고,
향기는 우물처럼 솟았다.
이제 내가 어머니의 뜰에 들어서면,
그분의 평생 기도가
열매로 피어나
내 손의 바구니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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