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이곳 테네시에는 가을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동네마다 ‘애플 페스티발’ ‘펌킨 페스티발’ ‘스토리텔링 페스티발’ 등의 제목은 달라도, 한 해의 삶의 축복과 수확들을 함께 나누며, 친밀한 인간애를 나누는데 목적이 있다. 이런 가을 축제 속에 빼놓을 수 없는 놀이 중 하나가 옥수수밭의 미로(Corn Maze) 찾기다.
한번 들어서면 끝과 시작이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광활한 옥수수 숲은 마치도 거울나라에 들어 선 것 같다. 좁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세 갈래 네 갈래로 갈라진 길목 앞에 마주 서게 된다. 어느 길로 가야 될지 망설이다가 한 길을 정해 한참 걷다보면, 막다른 골목이었음을 알게 된다. 막다른 골목-그동안 걸어왔던 길이 아깝지만,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선 그 길을 포기해야 만 한다.
나는 옥수수밭을 잠시 헤매면서, 삶의 미로를 당당하게 찾아 나서고 있는 이웃에 살고있는 멜리사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멜리사는 10년전, 32살 미모의 나이에 혀암을 발견했다. 수술을 하거나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의사의 매정한 선고 속에, 그녀는 항암치료를 받기로 했다. 다행히도 5년 후에는 암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치료과정의 후유 증으로 인해, 입안의 침샘이 막혀 말하는 것, 음식 삼키는 일에 어려움을 갖고 살아야 했지만 암으로부터의 자유함은 그 어떤 어려움도 감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그녀의 암은 재발되면서 후두암으로 까지 이미 발전되어 있었다. 결국 생사를 오가는 위험스런 여러번의 수술 끝에 혀와 후두, 아랫 턱뼈 부분까지도 떼어냄으로 인해, 먹고 마시며 말할 수 있는 능력조차 모두 잃게 되었다. 또한 그녀의 몸은 피부조직 이식수술로 인해 이곳저곳이 상처투성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새로운 방법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법을 날마다 배워나가며, 전화기 문자와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연결한다. 튜브를 통해 음식을 투입받고, 뜨개질과 목걸이 만드는 법을 배우고, 집안 청소와 빨래를 담당하며, 암연구기관을 돕는 자선 모금에 앞장선다. 교회에서는 예배위원장의 역할을 담당한다. 멜리사는 문자기를 통해 이렇게 고백한다.
“분명 나의 삶의 형태가 달라진 것은 사실 입니다. 그러나 그 달라짐이 결국 나쁜 것만이 아님을 배워 나가고 있어요. 하나님은 나의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인내를 배우게 하시며, 전에 결국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가르치십니다. 하나님은 오늘 내게 필요한 것들 – 언제나 그렇게 채워주십니다. 내 육신의 곳곳엔 치료되어야 만 될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것들 때문에 삶이 후퇴하거나 무료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저는 어느 때보다도 앞날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더 커져가고 있어요.”
긍정적인 기대! 용기있고 아름다운 성숙된 신앙 고백이다. 삶의 미로 속에 연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 아닐수 없다.
어둑해져 가는 옥수수 밭 가운데 누군가가 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키가 장대 만한 옥수수 밭 주인이 우리 일행이 걱정이 되어 찾아 나선 것이었다. 마치도 삶의 미로에 갈길 을 모르고 헤매는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오신 예수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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