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왜 우리를 괴롭히는 불필요 한 벌레를 만드셨을까?” 지난 몇 주간 우리 가족은 베드 벅(Bed bug)으로 인한 큰 소동을 치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불평 속에 되뇌이던 말이다.
몇 주 전에, 둘째 딸이 직장 일로 타 주에 출장 갖다가 머물었던 호텔에서 베드 벅을 옮아왔다. 베드 벅은 주로 침대 속에 서식하는 벌레 인데, 여행객들의 몸을 통하여 전달된다. 사람의 피를 5분간 흡혈하면 6개월 이상을 먹이 없이도 그 생명력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베드 벅은 50여 년 전에 세계적으로 DDT가 사 용 금지된 후, 미국 전역에 해마다 500배 이상으로 무섭게 번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벌레를 박멸하는데 드는 비용 또 한 만만치 않아 한번 베드 벅이 들어오면 침대, 옷가지, 가구 자체를 버리고 만다고 한다.
그동안 누구보다도 독립심이 강한 둘째 딸은, 혼자 집을 사서 안팎으로 가꾸며 독신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불청객에게 온몸을 홍역 치른 것처럼 물렸을 뿐만이 아니라, 애지중지 하던 집안의 모든 것을 놔 둔 채, 고양이와 함께 우리 집으로 몇 주 동안 피신해와 있어야만 되었다. 딸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거의 공포에 가까웠다. 나 또한 행여나 딸과 고양이가 이 벌레를 우리 집으로 묻혀 오진 않았는지, 덩달아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이 베드 벅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온 가족이 비상 작전에 몰입하게 되었다. 물로 빨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가져다가 뜨거운 물에 세탁하고, 고온에 말리고, 집안의 침대마다 다 분리시켜 스팀으로 가열하고, 영문도 모르는 고양이를 아침저녁으로 목욕시키고, 약을 뿌리고 … …, 이렇게 큰 소동은 6.25 동란 이후 처음인 것 만 같았다.
비록 몇 주 동안 베드 벅으로 온 집안이 소동을 겪느라 힘들었지만, 영적으로는 잃은 것보다도 얻은 것이 더 많은 기간이 되기도 했다. 나는 이일을 통해, 일상에 잠겨있는 하나님의 은혜에 내 자신이 얼마나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었는지 고백치 않을 수 없다. 집안에 들어서면 어딘가에 베드 벅이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이라도 해본 적이 있었던가? 밤에 침대에 누워 평안한 잠을 자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단 한번이라도 베드 벅에 물릴 것을 걱정하며 잠든 적이 있었던가!
하루의 삶이 평안했다면, 그 평안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얼마나 자각하고 감사하며 살아왔던가? “정말 소중한 것은 돈주고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말처럼, 삶 속에 지나치는 보물들 –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 이웃들, 사시사철 자연의 변화, 애완동물들의 애무, 미소, 기도, 교회와 교우들 … …, 영적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두가 놓쳐버리고 말 소중한 은혜의 선물들 속에 나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음이다.
오래 전부터 미국인들은 아이들과 굿나잇 인사를 할 때, “Sleep tight don’t let the bed bugs bite”라고 한다. 우리의 인생살이에도 베드 벅처럼 어느 날 문득, 찾아오는 온갖 고난과 아픔들이 있다. 소동이 아닐 수 없다. 삶이 혼란해지고 두려워진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의 손을 거머잡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길이며 현명한 베드 벅 퇴치임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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