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 속에 기다리는 사랑
밤이 부드럽게 흙과 돌을 들어 올린다.
그 손끝 아래, 땅속 깊은 곳에서
조용한 생명의 부풀음이 시작된다.
새로 움트는 잎사귀마다
인간의 그리움이 노래처럼 숨어 있다—
부드럽고 오래 견디는 인내의 찬가.
하늘은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과수원 같고,
산끝에서 도시는 희미하게 반짝인다.
봄비처럼 느릿하게 내리는 장송의 노래,
그 리듬은 변함없이, 슬픔을 품은 채 흐른다.
내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영혼의 모서리마다 불꽃이 흔들린다.
그러나 나는 외치지 않는다.
아무 신호도 없이 문을 열고,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나선다—
달이 떠오르길 기다리며.
그날 밤, 달빛은 슬픔으로 젖어 있었다.
그 빛 속에는 숨겨진 칼날이 있었다.
언젠가 나의 아들들과 손자들도
그 빛을 바라보게 되리라.
닭은 자기 울음이 있어야
태양이 떠오른다고 믿는다.
그리고 장례는 직감의 골짜기 속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그러니 오라—
만약 와야 한다면,
속삭임으로, 귀를 스치는 한숨으로 오라.
고통을 외치지 말라.
사랑처럼 오라—
조용히,
그리고 은총으로 가득 차서.
© 윤 태헌, 1980
- 후기
이 시 〈달맞이꽃 — 침묵 속에 기다리는 사랑〉은 인내와 상실, 그리고 고요한 헌신에 대한 명상으로 쓰였습니다. 해가 진 뒤 피어나는 달맞이꽃은, 소리 없이도 지속되는 사랑을 상징합니다 — 요구하지 않고, 다만 기다리는 사랑 말입니다.
이 시는 슬픔이 어떻게 은총으로 변하고, 침묵이 어떻게 믿음의 행위가 되는지를 탐구합니다.
밤의 고요 속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도 남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빛나는 인내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계속 피어나는 사랑의 메아리 — 그것이 이 시의 숨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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