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에 대학생인 아들의 얼굴을 보기가 몹시 힘들어졌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크리스천 밴드에 합세하여, 공연차 집을 비우는 날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엔 헌 밴을 하나 사서 6명의 그룹 맴버들이 악기들을 싣고 공연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는 차가 고장나 객지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찌는 더위 속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며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괜한 고생한다’라는 핀잔을 여러번 해주고도 싶었지만, 본인이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아이는 몹시 흥분되어 있었다. 크리스천 밴드들 중에 저희 그룹이 점점 인기를 몰고 있으며, 이곳 저곳의 교회와 크리스천 뮤직페스티발에서 공연 부탁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자랑삼아 컴퓨터의 스케줄을 열거하였지만, 내 마음은 영 편치가 않았다.
아들이 속해있는 크리스천 밴드는 내가 알고, 이해하는 전통적인 크리스천다운(?) 경건 속의 찬양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그룹 맴버들이 열정과 힘을 다해 뛰고, 흔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는 하드 롹 그룹이었다. 그들 중에 아들은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는데, 찬양 중에 기타를 360도로 공중에 돌리면서 무대 위를 펄쩍펄쩍 뛰어댄다. 장발머리를 고무줄로 묶고 땀을 비오듯 흘려대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도 찬양을 하는구나!’ 하며 가는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애들이 노래하면서 저렇게 뛰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을 거야. 현대 젊은이들에게 짊어져있는 전쟁과 환경이슈, 한 치를 알 수 없는 글로벌 세대의 식량난과 에너지 난의 짐이라고 할까 … …. 젊은이들이 교회나, 창고, 들판, 주차장에 모여 저렇게 소리를 지르며, 저들의 에너지를 발산 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일지도 몰라! 70년대의 월남전 반대운동을 깃점으로, 뉴욕의 우드스탁에서 일어났던 히피족, 장발족들 … … 지금은 모두가 이세대의 주역이 되어 세상을 이끌어가잖아. 성숙의 과정은 시대에 따라 모양은 달라도,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 아닐까?” 마치도 돌을 씹는 듯이, 크리스천 밴드의 찬양을 삭이고 있는 나에게, 나직히 들려주던 남편의 위로였다.
모든 부모들이 겪는 일이겠지만, 자식들이 부모의 제시하는 방향대로 따라주면 고생도 덜 할터인데 라며 안타까워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내 자신도 부모세대를 향해 ‘시대에 맞지 않는 구세대’라는 반항심을 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한창 유행하던 미니 스커트를 입고 육교를 오르면, 뒤에서 따라 올라오는 아주머니들의 혀 차는 소리를 들어야 만 되었다. 그 분들을 향해 눈을 흘기던 일이 어제 만 같은데, 아들이 벌써 그 나이가 되었다.
그래 맞았어! 그 애도 “인간이 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거야! 하나님이 나를 향해 끊임없는 자유와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셨듯이, 나도 아들을 향해 그렇게 해야되겠지!
한여름 동안 복더위 만큼이나 부글거리던 가슴에 ‘과정 중’이라는 단어가, 시원한 산바람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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