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

사랑에 젖은 골짜기—
그 겨드랑이 밑에서 인간의 땀 냄새가 피어올랐다.

죽음조차도, 실은
하늘에 떠도는 조각,
한 모금의 포도주,
한 번의 신음,
여인의 달콤한 입술—
혼례 행렬이었다.

고개를 돌려라.
뒤를 보라.
변한 사람은… 너다.

새들은 서쪽 하늘로 날아간다.
[그가 온다. 나는 간다.
그가 온다. 나는 간다.
그가 온다. 나는 간다.]

이제 가라— 해가 뜨기 전에.
멀리서 소의 울음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나는 물이다.
한때 구름을 타려 했었다.

돌들. 부싯돌 조각들.
비뚤게 선 나무 몇 그루.
가파른 절벽 틈새로
가로로 뻗은 소나무 한 줄기.

돌출된 바위 위,
까마귀 두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벼랑을 기어올랐다.
검은 털에 붉은 반점이 박힌 개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나 혀를 내밀었다.

그 순간,
협곡은 묘지로 변했다—
나무들이 묘비처럼
촘촘히 서 있었다.

검은 말을 타고
하늘의 사막으로 달려라.
그 말이 품은 향기,
그 말이 짊어진 안장—
그것이 내가 타야 할 말이다.

막 지는 태양은
핏물 속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매 한 마리가
거칠게 날개를 쳤다.

자신의 살점을
나무 밑에서 찾으려
그것은 다시
자기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은
속하고자 한다.
무수한 얼굴들—
하나가 사라지면
또 하나가 와서
그 빈자리를 어루만진다.

황금 무덤은
태양의 아이를 낳기 위해 기다린다.
무덤, 무덤, 무덤…

사랑에 젖은 골짜기—
그 겨드랑이 밑에서
인간의 땀 냄새가 피어올랐다.

죽음조차도, 실은
하늘에 떠도는 조각,
한 모금의 포도주,
한 번의 신음,
여인의 달콤한 입술—
혼례 행렬이었다.

  • – 후기:

이 시는 1980년, 내가 미국에 도착한 직후의 혼란과 내적 격동 속에서 태어났다.
그 시절, 나는 두 세계 사이에 서 있었다—
하나는 이미 떠나온 고향,
다른 하나는 아직 나를 받아들이지 않은 낯선 땅이었다.

〈흐르는 물〉은 그 사이에서 느낀 단절과 그리움,
그리고 “속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기록한 시이다.
강과 골짜기, 바위와 짐승, 그리고 혼례의 이미지들은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고향과 낯섦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징들이다.

나는 이 시를 통해 “이민”이라는 말이 단순히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영혼의 해체와 재탄생임을 말하고 싶었다.

물은 흘러가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처음의 냄새와 기억이 남아 있다.
그 물처럼, 나 역시 흘러왔고—
지금도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

© 윤 태헌,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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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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