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1세되는 막내아들이 지난해 여름,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나갔었다. 그동안 집에 머물면서 대학생활 하는 것이 몹시 답답했던지 집을 떠나길 원했으나, 우리 부부의 반대로 번번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전공과 관련된 회사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주겠으니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오자, 재고 할 틈도 없이 짐을 쌓아 갖고 나가게 되었다.
세자녀 중에 큰딸이 출가해 나갔고, 둘째 딸 또한 독립해서 나간 지 얼마 안된 후, 막내아들은 대학 졸업 때까지 만 이라도 곁에 두고 싶은 것이 우리 부부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이가 집을 떠나기 전날, 우리는 아들이 홀로 살면서 겪어야 될 온갖 어려움들을 상상하며 마음이 착찹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 가면, 제일먼저 교회를 정하고 신앙생활을 잘해야돼! 음식들은 야채와 과일들을 많이 먹고, 콜라대신 물을 많이 마시고 …” 마음속에 진정 할말들은 태산같은데 …! 막상 해야 될 말들은 가슴언저리에 앙금처럼 내려앉아있었다. 이제 집을 나서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 아이를 떠나 보내며, 우리부부는 휑한 가슴이 들킬까봐, 서로의 눈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집을 나간 아들이 전화 할 때마다 “잘있다”라는 안부를 전해왔다. 우리는 아이가 “자유”를 통해서 만이 성장 할 수 있음을 위안 삼으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달 후, “엄마, 나 이틀을 굶었어요!”라는 연락이 왔다. “굶어? 왜?” 우리부부는 캘리포니아주에 여행 중이었는데, 여행의 즐거움이고 뭐고 간에 눈앞이 깜깜해져버렸다. 그때는 마침 금요일 저녁이라, 아무것도 아이를 위해 도울 수 없었다. “이틀을 더 굶든지, 룸메이트와 상의하면 될꺼아냐?” 나는 냉정하게 답했지만, 가슴은 혼란과 실망으 로 무너져내렸다.
또한 얼마 후, 이른 아침에 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차 사고가 났어요. 다치지 않았으니 염려마세요. 그런데 차가 아예 못쓰게 되었어요!” 아이가 보내온 이메일의 사진을 보니,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었다.
독립해 부모 곁을 떠나면, 모든 것이 자유스럽고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하루 하루의 삶은 생각지도 않은 책임과 대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우리부부는 아이가 겪는 어려움들을 멀찌기 지켜보면서, 하나님께 아들의 안녕을 위해 늘 기도 하는 일밖에 할수 없었다. 결국, 독립을 선언하고 나가있던 아들은 자신이 아직은 독립할 시기가 아님을 깨닫고 집으 로 돌아오고 말았다. 우리부부는 아이가 일년동안 객지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재정적인 손실, 학교공부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일들을 아이의 성장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며칠 전, 아들이 작은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에는 “엄마! 아빠! 날 용서하시겠어요?” 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카드를 끝까지 다 읽지도 못한 채, 아들을 포옹하며 “물론이지! 우린 널 벌써 용서했단다!” 라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비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봄이 얼마나 기쁘고 귀한지! 그동안 잠시 아이를 향했던 염려와 상했던 감정들이 눈처럼 녹아 내리며, 그 전보다도 더 강한 믿음과 사랑이 우리를 붙들어 매는 것을 경험했다. 이 일을 통해, 언제나 우릴 용서하시길 기뻐하신 다는 주님의 말씀이 무엇이었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윤 완희
(목사관 신앙칼럼 #16, LA 크리스찬 투데이, 8/15/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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