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 © 윤 완희, (신앙칼럼, #25, LA 크리스찬 투데이, 2011년 1월 12일)

나는 스포츠엔 관심이 없다. 아무리 주변에서 풋볼에 열광하고, 야구와 배구, 골프에 몰두하여도 언제나 나와는 별세계의 일로 여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정말 좋아하 는 것이 꼭 한 가지 생겼는데, 그것은 고공에서 줄타기(ZIP LINE)이다.

고공 줄타기를 경험케 된 것은 우연찮은 일이었다. 지난 여름 교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버팔로 마운틴의 수양관에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기구의 하나로 탑을 세우게 되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훈련을 하기 위한 레저 스포츠 겸 교육용이기도 하였다.

우리 교회도 후원을 했기에 어느 여름날 피크닉 겸 새로 만든 탑을 구경하기 위해 온 교우들이 참석케 되었다. 나는 그 곳에 가자마자 청소년들이 신나게 소리치며 줄타기를 하는 것에 그만 매료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 나이에 지금 타보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겠다는 충동감과 함께 줄타기를 꼭 해야 되겠다는 사명감 마저 생겼다.

나는 반 바지에 샌달을 신고 갔는데, 운동화가 필수라는 조교의 말에 교우들과 낚시 준비를 하고 있는 남편의 큰 운동화를 빌려신은 채, 헬맷과 안전 장비를 갖추고 나섰다. 내 이런 모습에 교우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주저함 없이 탑 꼭대기에 올라섰다. 시원한 바람과 확트인 버팔로 마운틴의 경치가 장관이었다. 밑을 내려다 보니 남편이 낚시도 포기한 채 맨발로 달려와 교우들과 함께 걱정스런 눈길로 올려다 보고 있었다. “자! 여기는 절대 뒤돌아 갈 수 없는 지점입니다. 알았습니까?” 조교가 나를 보며 큰 소리로 다짐했다. “예! 절대 되 돌아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만 큰 일이 나고 말았다. 내 차례가 되어 줄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온몸이 갑자기 얼어 붙어 꼼짝도 않는다. 뒤에서 계속 “준비됐습니까?” 재차 다구 치지만 “잠깐 만요. 아직 …!”이라며 시간을 끌 수 밖에 없었다.

탑 위에서 내 자신과 실갱이를 하고 있는 동안 밑에선 열광적인 응원단이 손뼉을 마주치고 있었다. 남편은 고래고래 “완희! 괜찮아! 한발만 내디디면 돼! 한발 만!” 그 옛날 군대서 유격훈련을 받은 남편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 아이고! …한 발 …! 한 발 만 내밀면되는데 …!” 나는 너무 무서워 줄에 대롱 대롱 매달려 주저 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그만 실수로 첫발을 허공에 내딛고 말았다. 그런데 아…! 그 짜릿한 기분이란! 막상 온 몸이 허공에 뜨고 나니 이상하게도 두려움은 사라졌다. 오히려 안전한 장비와 든든한 밧줄에 매달려있다는 인식 속에, 시원한 바람과 비행의 기쁨, 자유함 마저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밑에서 응원하고 있는 이들에게 한 손까지 여유롭게 흔들며 내려 올 수 있었다. 그 후로 한동안 나는 집 주변의 전깃줄 만 바라보아도 스릴을 느끼며 홀로 행복감을 누리었다.

그러나 나의 삶도 가끔 그 모양새임을 인정케 된다. 살다가 때때로 삶에 장애가 생기면 그 무거운 짐을 다 떠맡고 있는 양, 곧잘 좌절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 두려움이 극치에 달하면 깊은 우울 증 속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창조주께서 어찌 너 혼자 잘 살아 보라고 나만 이 땅에 보내셨겠는가! 순간의 숨결 속에, 하루의 일과 속에, 사업 속에, 일년의 계획 속에 하나님은 참여하시고, 격려와 응원을 끊임없이 보내시고 계심을 늘 체험케 된다. 눈이 열려지기만 하면 그 분의 안전벨트 속에 나는 완전무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올 한해도, 아니 내 생명이 이 땅에 존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난 그 생명줄을 절대 놓지 않고 살아가리라 또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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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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