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어릴 적부터 따라다니는 꿈이 있었다. 그것은 목동이 되어 푸른 초원에서 피리를 불며 수 백마리의 양들을 몰고 다니는 일이었다. 그 꿈은 얼마나 강렬하였는지, 초등학교 2 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학적부를 기록하며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싶으냐?”는 질문에 서슴치 않고 ‘목동’이라고 또렷이 대답을 하였었다. 당시에 한 학급에 8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한명씩 불러내어, 사무적으로 질문하던 담임 선생님은 ‘목동’라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펜을 교실바닥에 떨어뜨리며 박장대소를 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 수 십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목동이 되고픈 나의 열망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나는 어느 날 가족들의 모임 때 목장을 갖기를 원한다고 말하였다. 그곳에서 양들을 사육하고 싶다고 하였다. 옆에서 듣고있던 큰 사위가 거들었다. “애완용으로 몇 마리를 길러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남편과 아이들이 한 목청으로 나섰다. “몇 마리가 아니고 수백마리를 키워보겠다는 거야!” 사위가 펄쩍 뛰었다. “어머니는 절대 못하세요. 키워서 도살장으로 보내는 일을 어떻게 하시겠어요?” 사위의 말에 동감이 갔다.
지난 여름 교인 친척 가운데 양을 사육하는 가정이 있다는 말에 몇 명의 교인들과 함께 당장 방문했다. 목장이 가 까워지자 나는 가슴이 뛰었다. 상상했던 대로 산 중턱의 그림같은 초원에 수백마리의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에 실로 만족치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시원한 차에서 내리자마자, 숨막히는 더위와 햇볕은 견딜 수 없을 정도였고, 떼로 몰려드는 모기들과 날벌레들은 장난이 아니었다. 오전인데도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숨을 돌리고 있던 주인은 우리 일행들을 위해 양들을 부르며 먹이를 주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자 양들은 그 특유의 ‘매-애’소리를 지르며 군병처럼 멀리서부터 일사 분란하게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빈 먹이통 임을 안 양들은 주인이 아무리 오라고 하여도 뒤도 안 돌아 본체 떼지어 되돌아가 버렸다. 주인은 우리 일행들을 데리고 헛간으로 갔다. 헛간은 양들의 식량들과 마른풀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인데, 특이한 것은 그곳에는 살찐 채 호강 해 보이는 숫양 한 마리가 끈에 묶인 채 우리 안에 갇혀있었다. 이 숫양은 종자번성을 위해 다른 양들보다 특별한 대우를 받는 녀석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 숫양을 보자 왠지 비위가 상해버렸다. 순전한 주인은 양 사육에 필요한 괴물처럼 즐비하게 서있는 농기구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했으 나, 이것저것 알면 알수록 나의 목동의 꿈은 산산조각 될 뿐이었다. 이미 내 마음을 눈치 챈, 교우들은 놀려대기 시작하였다. “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것이 바로 당신의 꿈의 현장이에요!”
꿈은 마치도 밤하늘의 별처럼 생각 만하여도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평생을 그토록 꿈꾸어오던 꿈을 만나보니, 그것은 도저히 내가 감당 할 수 없는 땀과 노동의 현장이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내가 불평하며 도피하고 싶을 정도의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날들 속에 꿈은 이미 나와 함께 살아 왔었음이다. 올해만큼은 나의 꿈을 멀리서, 이 다음에, 언젠가 찾으려하지 않고자 한다. 차라리 오늘의 순간을 집중하여 보고 느끼고 만지며 사는 것 이상의 어떤 꿈도 꾸지 말자고 자신에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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