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감사절 축제가 우리 삶의 모퉁이로 다가서고 있는, 초겨울의 오후였습니다. 볼일이 있어 만하탄 시내를 나서는 길에, 도착지에 거의 다 와서 차에서 막 내리려 하는데 마음속에 문득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습니다. ‘오늘 너의 코트를 내게 주지 않겠니?’ 저는 깜짝 놀라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저의 코트를요? 지금 밖이 얼마나 추운지 아세요?’ 저는 무의식 속에 거절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음성이 또다시 들려왔습니다. ‘지금 밖에서 너의 코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그에게 주지 않겠어?’ 저는 정말 난감해졌습니다. 그것은 분명 성령님의 강한 음성임에 틀림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계속 불평을 하면서 차에서 내렸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 추운 날씨에 입은 코트를 당장 달라고 하시는지, ‘혹시 내일 드리면 안될까요? 지금 코트를 벗어주고 나면 저는 어떻게 하죠? 만약에 감기라도 들면,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을까요?’ 저는 계속 언짢은 마음으로 성령님의 음성에 핑계를 댔습니다. 그러나 그 음성은 너무나 간절하였습니다.
거리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찬 바람이 코트 자락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저는 주변을 살피면서 고층 건물 골목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길만이 스쳐갔습니다. 저는 은근히 아무도 나타나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세요! 아무도 제 코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하면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멀찌 감치, 길 건너에 한 여인이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혹시 저 여인인가요?’ 하고 성령님께 물었습니다. 성령님은 ‘아니다’ 라고 분명히 말하셨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대열에 끼여 목적지를 향하여 걸으면서, ‘혹시 성령께서 나를 시험하시느라고 그러셨는지도 몰라’ 하는 생각 속에, 내가 갖고 있는 세 벌의 코트가 생각났습니다. 한 벌은 늘입던 오리털 코트와, 한 벌은 지난 번 바자회 때 15달러를 주고 산, 미색의 헌 캐시미어 코트였으며, 한 벌은 어느 할머니 권사님이 지난달에 “사모님이 입으시든지, 싫으면 누구를 주든지 하십시오”라고 하시며 주신 코트였습니다. 권사님께서 주신 코트를 입고 보니, 오히려 제가 평소에 입고 다니던 코트보다도 편안하고 모양도 좋아 보여, 그 날 바로 권사님께서 주신 코트를 입고 나서던 길이었습니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신호등 앞에서 막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빌딩 한구석에 서있는 여인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제 여인이구나’ 하는 감동이 왔습니다. 저는 여인에게 바싹 다가갔습니다. 그 여인은 백인 홈레스였는데, 키와 몸매가 저와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여인은 청색의 엷은 잠바를 입고, 얼굴은 추위에 얼어붙어 새파랗게 질려 파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인의 눈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을 걸었습니다. “춥죠? 저의 코트를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먼지 묻은 석고상처럼 굳어 있던 여인은 금방 잠에서 깬 아기와 같은 표정이 되어 환한 미소를 띠며 “정말이세요?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요? 당신도 추우실 텐데 … ” 하며, 못믿겠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코트가 2벌이나 또 있어요! 이것은 당신드리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저는 코트 주머니에 들었던 동전들과 소지품을 꺼낸 다음, 여인에게 코트를 입혀 주었습니다. 여인의 코트에 단추를 채워주면서, 나의 삶의 단추를 늘 채워주시고 돌보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에겐 코트가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해요! 아니, 우리를 사랑해요!” 우리는 서로 깊은 포옹속에 하나님의 기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인의 싱글벙글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걸어가면서, 차가운 겨울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당장 땅에 엎드려 하나님께 경배하고픈 마음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늘 저만치 멀리만 계신 것 같았던 하나님이 이처럼 가까이 내 숨결과 동작, 생각과 일상에 계심을 알았을 때의 기쁨은, 분명 하늘의 선물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광활한 온 우주 공간을 질서있게 다스리시는 그 크신 하나님께서 미물만도 못한 나에게 오시어 말씀하시며, 일일이 돌보시며 추위에 떨고 있는, 병들고 상한 영혼조차도 따뜻하게 입히시길 원하시고, 함께하시는구나! 아아, 그 사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믿습니다! 당신은 살 아계시고 만물 중에 함께하시고 영원하시며, 우리의 경배를 받으시기 에 합당하십니다.’
감사가 샘물처럼 솟구쳐 올랐습니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 니라 …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 안에 거하시느니라 …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요일 4: 12~19).
“감사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바, 은혜의 숫자적 계산이 아니라, 시작이며 행위이며 관계이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겨울 새들의 지저귐이, 메마른 내 영혼의 창가에서 자꾸만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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