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예수님을 잃어버릴 수 있을까?
어느 교회의 예배 안내판에서 이런 설교 제목을 본 적이 있습니다.
11시 예배: “예수: 물 위를 걸으심”
그리고 그 아래 저녁 7시 예배: “예수를 찾자.”
순간 아이를 잃어버려 마음을 졸이는 어머니들의 심정을 떠올려 보면, 마리아와 요셉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갔다가, 많은 친척들과 이웃들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열두 살 예수님이 그날 저녁까지 돌아오지 않았음 알게됐겠지요.
친구들과 함께 있겠거니 하고 기다렸지만, 예수님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 날,찾기 시작했으나, 동네 아이들 사이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하루 반나절 길을 되돌아 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전에서 장로들과 성경을 토론하고 있는 예수님을 발견했다고 성경 말슴은 전하고 있습니다.
사흘 동안 장남을 잃어버렸던 마리아와 요셉의 두려움이 얼마나 깊었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았을 때, 부모의 마음은 반가움과 걱정이 뒤섞였겠지요.
그들은 예수님을 꾸짖었지만, 소년의 대답은 엉뚱했습니다.
저는 그 대답을 올해 성탄절 메시지로 삼고자 합니다.
누가복음 2장 49절은 여러 가지로 번역됩니다.
Revised Standard Version(RSV):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Jerusalem Bible(KJV와 유사): “내가 내 아버지의 일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모르셨습니까?”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Elisabeth Schüssler Fiorenza)는 또 다른 번역을 제안한다:
“내가 내 아버지의 사람들—나의 가족, 나의 친족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셨습니까?”
(Interpretation, 10/82, p.401)
이 세 번역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 내 아버지의 집
- 내 아버지의 일(사업)
- 내 아버지의 사람들
이것들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성탄를 맞는 우리에게 더욱 깊이 “그리스도를 찾는 일”에 정성을 다하라는 초대의 말씀이라고 여겨집니다.
(1) 내 아버지의 집에서
여기는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곳, 하나님이 그분의 백성을 만나겠다고 약속하신 자리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어떤 특정한 “거룩한 장소,” 특정한 “예루살렘”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가 어디에서든 설교가 선포되고, 말씀을 듣고, 예배하고, 성찬을 나누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만나주십니다.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이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란 “이곳도 저곳도 아닌 곳”이라는 사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다면, 나는 사실 아무 곳에도 없는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는 그곳이 바로 아버지의 집입니다.
그것은 내 영혼 깊은 곳, 다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외로운 자리—
오직 하나님만 계신 지성소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열두 살의 예수님은 인간이 있어야 할 자리를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2) 내 아버지의 일에 대하여
교회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모이는 곳이고, 이웃을 향한 봉사와 순종으로 하나님의 사랑에 참여하는 곳입니다.
마크 트웨인은 어떤 신자들을 “주소 없이 발송된 편지봉투”라고 묘사했습니다.
우리의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그렇게 산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우리가 태어날 때, 하나님은 분명 우리를 “주소가 적힌 봉투”로 세상에 보내셨겠지요.
그 주소는 바로 하나님의 일입니다.
그 주소를 받는다는 것은 활기차게 사는 것을 의미하고요.
(3) 내 아버지의 사람들 가운데에서
사람의 모임은 우리를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열심 있는 사람은 열심 없는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고,
열심 없는 사람이나 열심을 낼 수 없는 형편의 사람들은, 앞에서 수고하는 이들을 향해 감사와 칭찬을 보냅니다.
그럴 때, 하나님의 백성이 모이는 곳마다
나는 하나님의 생기—성령의 바람이 가득할 것이라 믿습니다.
다가오는 성탄과 새해에,
하나님의 백성이 모이는 곳마다 참된 하나님의 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을 찾는 운동은 곧 우리가 하나님 안에 머물며
많은 사람들을 주님 앞으로 인도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마리아와 요셉이 사흘 만에 예수님을 찾았을 때 느꼈던 그 기쁨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성탄과 다음 한 해에 가득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 윤태헌, 199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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