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풀뿌리

풀뿌리를
정말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새 씨앗을 뿌리기 전,
새 흙을 덮기 전,
병든 잔디 한 자락을 베어냈다.
흙을 들어 올려 한쪽에 두고
마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뿌리였다—
밝은 갈색, 거의 빛나는 듯한,
눈에는 생명 없어 보이지만
형태는 또렷이 남아 있는 뿌리들.
하나의 긴 중심줄기가
땅속을 곧게 가로지르며
마치 하나의 길처럼 뻗어 있었고,
한두 인치마다—
때로는 두 개, 세 개씩—
가느다란 뿌리들이
조용한 왕국의 후계자들처럼
갈라져 나왔다.

그 위쪽으로는
줄기가 조금 두꺼워지며
겨우 한 인치 남짓
단단히 올라가 있었고,
그곳에는 후계자가 없었다.
공기를 향해 뻗은
가느다란 풀잎들뿐—
이제는 말라
거의 희게 바랜 모습으로.

그러나 그 아래—
지표에서 겨우 한 인치 깊이에서—
뿌리들은
사방으로 이미 나아가 있었다.
아주 작은 습기의 기척만 있어도
그곳을 향해 뻗으며
멈추지 않았고
포기하지도 않았다.
서투른 나의 삽질조차
그들을 물러서게 하지는 못했다.

땅속에 숨겨진 채로
생명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용감하게, 끈질기게,
겨우 한 인치 깊이에서
작열하는 여름을 견디고
겨울의 깊은 침묵을 통과하며.

요란한 환호도 없고
박수도 없다.
다만 회복력—
그것이 그들의 본성이요
그들의 믿음이었다.

이런 기쁨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이 땅에 아무도 없다.

다시,
그리고 또다시
일어서려는
그 기쁨을.

— 윤 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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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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