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그로서리를 보고 나서는데, 문 입구에 Real Estate 책들이 화려한 색깔로 장식 된채, 나를 현혹하였다. 나는 Free라고 써있는 싸인을 본 후에, 포크노 휴양지 집들이 즐비한 책자를 집어들고 나섰다. 과연 이토록 아름다운 허드슨 강가의 초원 위에 우뚝 선 집들은 얼마나 될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비록 사지는 못할망정 눈요기는 할 수 있진 않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집에 오자마자 그로서리를 다 챙겨 놓고 이 책자가 무슨 중요한 서류나 되는 것처럼, 침실로 가지고 올라갔다. 그리고, 기왕이면 상상의 날개를 편하게 하기 위하여 침대에 벌떡 누워서 책자를 펼쳐나가기 시작하였다.
사진에 나타난 집들 모양도 여러 가지였다. 나는 그 중에 보기에도 가슴이 확 터질듯한 높다란 언덕의 평원에 그림처럼 서있는 방이 12개라는 맨션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말을 타고 신바람나게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집 옆의 운동장 만한 호숫가에 날아와 앉는 오리떼들의 정경과, 눈물이 울컥 솟아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새빨간 저녁 노을을 바라보면서, 벽난로에 불을 지펴대는 남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또한, 아이들의 테니스장에서 떠드는 소리들과 친구들의 웃음소리 속에 이 땅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순간들을 사진 속의 집안에 그려보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집이 얼마나 될까? 하고 가격을 보았을 때, 나는 너무나 가난하다는 사실에 은근히 초라해지고 마음 한가운데 지쳐있는 서글픈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니,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 한껏 펼쳐진 상상과 욕망의 날개를 달고 나르고 있는 나에게, 잠이라도 꺠우듯이 남편의 음성이 확성기가 되어 들려왔다. ‘….말하면 무엇하나? 우린 이런 것들 하고는 사는 세상이 다른데…’ 나는 왠지 화가나서 책자를 쓰레기 통에 말없이 집어 던지고 말았다.
그런데, 성령께서 말씀하셨다. ‘네 자신이 얼마나 부요한 자이며, 축복 받은자 인지 너는 아직 모르는구나!’ ‘부자라요? 저는 지금 화가 굉장히 나있어요! 하나님, 보세요. 우리는 왜 이런 안정된 삶에서 살지 못하고 늘 궁핍하게 살아야 하지요?’ ‘너 오늘 하루 양식이 없어 굶었니?’ ‘아뇨? 요새 굶는 사람있나요?’ ‘자! 그러면 네 안에 있는 목록을 한번 찾아내 볼까?’ ‘해보세요! 제가 얼마나 빈털털인지 곧 아시고 말꺼예요!’
성령께서는 침묵 가운데 창고를 여시었다. 재산목록을 열자 아니, 이게 웬일인가?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무형의 재산들이 눈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윤 완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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