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다는 것은
다시 상처를 내는 일.
그래서 질문은 끝내 묻히고,
혀와 심장 사이 어딘가에
가라앉아 남는다.
잊기 시작한 것은 언제였을까.
서른 즈음이었을까—
아니면 잊고 있다는 착각이었을까.
지워진 것이 아니라
다만 얼굴이 멀어져
마음의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뿐.
나는 새로운 길들을 걸어왔다.
외면하는 법을 배웠고—
핏줄이 남긴 가시들,
혈연의 요구들.
어느새 반평생이
소리 없이 지나갔다.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다고,
쉴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영혼은
그런 계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래를 먼저 묻은
한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숨보다도 귀했던 아이를
앞세워 보낸 어머니.
그런 슬픔은
어디로 가는가.
기억 속도 아니고,
시간 속도 아니다.
그렇다면
서리에 붙들린 영혼 위로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빛이 온다면,
그것은 자신을 알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디쯤에서,
조용히
떨어질 것이다.
– 윤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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