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내일저녁에 가족회의를 해야겠어요!” 어느 날, 나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가정의 난제를 놓고 씨름하며 기도하다가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였다. 평소 목회자의 가정으로 오히려 가족들에게 용기와 희망, 믿음으로 달려갈 길을 늘 권유 만하던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가족들의 격려와 위로가 필요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연락을 받은 인근각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형제자매들이 조금은 긴장되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우리가정에 모여들었다. 그 동안 어려움을 겪어 나가고 있다는 나의 푸념만을 듣고, 말없이 기도로 함께 하던 가족들은 정말 큰일이 난줄 알고 단단한 마음의 무장이라도 한 것처럼 굳어진 표정들이었다.
우리는 그 동안 괴롭히던 기도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가족들에게 담담하게 전하였다. 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무너져내리는 자존심과 희석되지 않은 분노는 눈물의 홍수가 되어 주체 할수가 없었다. 난생처음으로 나의 이런 허약한 모습을 대해보지 않았던 가족들은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는 가운데, 어머니가 입을 여셨다. 그리고, 당신의 80평생 동안의 생애 속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우셨던 순간을 돌이키시면서, “너희는 아직 젊었다. 무엇을 걱정하느냐?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다 어려움은 한두번씩 있는거야! 우리도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수하듯이, 너희를 아프게 하고 어렵게 하는 이들도 자신들도 모르게 실수한 것이야! 세월이 지나면 다 알게되고 부끄러워 할 것이다. 이런 고통을 통해 남을 탓하지 말고 내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 앞에 더욱 더 겸손하게 나아가거라. 나는… 네 아버지가 불현듯 떠난 후, 살길은 막막하고 너희 어린 육남매를 먹이고 교육시켜야 만 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왜 삼각산을 그토록 자주 오른 줄 아니? 눈만뜨면 너희들 학비를 마련해야지 방법은 없지, 밤새 산에 올라가 ‘하나님! 난 할 수 없습니다. 해결해주세요!’ 하고 하나님께 부르짖고 울부짖을 때마다 그 분은 응답하셨고, 해결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 고통의 순간은 영원한 것 같았지만, 되돌아보면 잠시였단다. 절대 낙망하지 말아라!” 라며 우리부부의 두 손을, 그 거칠고 늙으신 손으로 굳세게 붙들어 주셨다. 나이어린 아이들이나, 형제 자매, 조카들의 애잔한 눈빛 속에 저들이 한 가족으로서 먼저 이해해주고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는 위로와 힘이 되는 것은 물론이었다. 비록, 나의 문제를 저들이 대신 짊어질 수는 없어도, 나의 편에 서서 나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신앙으로 설 수 있도록 권유해주는 마음가짐들 – 그 이상의 든든함의 바랠 것이 무엇이겠는가? 나는 비로소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마치도 성벽과 같이, 어려울 때일수록 얼마나 더 든든한 우리의 피난처인가를 발견하게 되었었다.
지나간 얼마전, 한국에 IMF로 인해,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무작정 집을 나가버려서 가족들이 애를 타고 있다는 기사들이 한창 신문지상에 오른 적이 있다. 또한 그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가정이 이혼소송을 하고, 자살을 하고 , 멀쩡한 아이들이 갑자기 고아신세가 되어 버렸다는 안타까운 예들을 들었었다. 인간에게 있어 행복했던 순간들보다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에 오히려 가족들의 단합과 격려가 필요하기에, 하나님은 가족이라는 소공동체를 우리에게 주지 않으셨는가? 그러나, 가장 인생의 힘든 순간에 각자가 흩어져나간다는 사실은 실로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가정의 가족관계란 돈을 잘 벌고 풍족할 때만 유지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어려울 때, 가족이 힘을 합하여 어려움을 타개하고 서로를 위해 진정으로 기도하며 염려할 때만이 그 가정은 오히려 전보다 아름답고 든든하게 서는 것이 아닌가? 어떤 이유이든지 가정이 어려우면, 부부의 신경은 날카워지게 되어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서로에게 감사와 헌신을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더 넓은 아량으로 서로를 보호하고 받아 줄 수 있는 시간이다. 나의 경험으로 그 어렵던 순간에 더욱더 불행한 이웃들을 위하여 좋은 일을 생각하며 실천하다 보니, 나의 시련이 별것이 아님을 깨닫거나, 극복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자동차 사업으로 성공한 헨리 포드는 고향 땅에 집을 짖게되어 오픈하우스를 열게되었다. 그러나 초청되어 온 친구들은 헨리 포드의 다 지어진 집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대의 자동차 거부인 그의 집은 상상외로 초라 할 수밖에 없는 아주 작은 집이었던 것이다. 헨리 포드는 실망한 친구들을 향해 말하기를 “건물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 속에 사랑이 있으면 위대한 가정이고, 사랑이 없으면 석조로 지은 궁전 같은 대 저택도 머잖아 무너질 것이 아닌가?” 라고 하였단다.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은 생명의 샘이라 사망의 그물에서 벗어나게 하느니라” (잠 14:27) 하신 말씀 처럼,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족들이 나와 함께 있는 한, 극복지 못할 고난은 없으며, 해결치 못할 혹독한 좌절도 결국 있을 수 없음을 우리 집 가족회의 후에 발견하였다.
— 윤 완희, 9/22/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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