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미국인들은 3월을 ‘사자같이 왔다가 양같이 가는 말 이라는 별명 을 붙여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하여 한파가 몰아닥쳐 만물을 움츠리게 하는 어느 순간에 봄바람이 스며들어 오기
때문입니다.

한동안의 따뜻한 바람으로 목사관 앞뜰엔 어느새 튤립 잎새들이 파 릇파릇하게 올라오고 있었는데, 지난 주간에 몰아닥친 눈과 우박으로 인하여 모두 눈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발가벗은 나뭇가지마 다 크리스털을 입힌 듯이 얼음으로 뒤덮여진 가지들은 떠나가는 겨울 왕국의 아름다움을 맘껏 자랑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눈보라의 한파 속에서도 저의 마음은 자꾸만 저 넓고 넓 은 들판과 산을 향하여 달려가고픈 것은 봄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찬바람 속에서도 개울가에 피어난 버들가지의 탐스러움과 얼음장 사이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마른 나뭇가지들과 바위틈 사이에 고 개를 내놓고 미소짓는 진분홍 진달래꽃의 화려한 단장은 긴 겨울을 지냈던 우리 모두에게 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어렸을 적 어디선가 봄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학교 앞에는 노란 병아리들을 상자에 가득 담고 와서 팔고 있는 할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모진 세월 가득 담고 머리엔 수건을 쓰신 낯선 할머니와, 막 알에서 깨어난 노란병아리는 초등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에게 봄을 선사합니다. 저는 삐약삐약거리는 병아리들 의 생명의 경이함을 소유하고파 안달하다가 팔딱거리는 생명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온 세상에 봄이 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은 그 어느 계절보다도 생명의 약동함과 기대와 소망이 함께하는 계절입니다. 꽁꽁 얼었던 것들을 녹여주고 맺힌 것을 풀어주고, 덧입 었던 겉옷들을 벗겨주는 초록 혁명의 계절입니다. 그 변화의 고통과 인내의 세월 후에 창조주 하나님께서 손수 붓을 들고 그려내신 갖가 지의 아름다운 오색찬란한 색과 향기가 꽃과 나무를 통하여 축복으 로 부어지는 계절입니다. 이 계절엔 만물의 부활과 우리 예수님의 부 활이 함께하는 축제의 나날입니다. 그러나 이 축제의 계절을 맞이하 기 위해 만물은 가장 많이 고통해야 했었고, 예수님은 죽음을 건너셔 야 했습니다.

봄은 오늘도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데, 나의 영혼도 그렇 게 봄을 사모하며 벅차오르고 있는지 영혼의 눈을 비벼 봅니다. 저는 많은 날들을 긴 겨울 왕국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이 몸과 영혼이 얼 어붙은 채 덧없는 허무함과 우울증,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을 잃어버리고 지내던 날들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어둡고 춥던 날들속에서 불어오던 봄의 바람, 그리스도 예수님의 향기는 저의 묵고 냄 새나는 죄의 겉옷을 벗기시고, 밝고 가볍고 아름다운 채색옷을 입히 셨습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영혼이 자유함을 만끽하기 시작하였습니 다. 저는 입니다. 저의 죄점이 얼마나 무거웠으며 이제 얼마나 흘가분
해졌는지…….

사랑하는 이여! 저는 이 봄을 맞이하여 당신의 영혼 안에도 이 봄의 향취와 기운을 맞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언젠가 당신은 말하였습니 다. 그 어느 누구를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떨리고 혈압이 올라서 생각 도 하고 싶지 않다고•···•·. 그의 이름조차도 듣고 싶지 않다고 하시며 얼굴을 붉힌 채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을 저는 결코 잊지 못합니다. 당 신은 아파하고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상처의 치료 등 찾지 않는 듯하셨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인생의 봄날을 맞이하시길 진정 거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까? 우리 인생에서 의 겨울은 언젠가 떠나가야 합니다. 당신 속에 얼어붙어 있는 그 씨앗 은 이제 흙과 함께 묻혀져야만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입김이 닿는 대로 온전히 맡겨 두셔야 합니다. 서두르셔도 안됩니다. 조용히, 잠잠 한 가운데 기다려야 합니다. 당신의 입술에서 감사함이 솟아나오는 날, 당신은 봄의 주인공이 되어 노래할 것입니다. 당신의 삶의 가지마다에 눈부신 꽃송이들이 환희의 얼굴로 세상을 향해 향기를 발할 것 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봄이 오는 소리에 우리의 눈과 귀를 열어봅시다. 사 자와 같이 덤벼드는 한파 속에서도 나무들의 물 긷는 손길은 한없이 분주해지고, 언 땅은 그 초록의 안간힘 속에 떠밀림을 당하고 있습니 다. 이제 곧 우리 모두의 겨울은 순한 양처럼 떠나가고 말 것입니다. 봄 우리는 이제 봄의 파도에 몸과 영혼을 맡길 때가 되었습니다. 창문을 엽시대 저 새소리들과 새싹들의 함성을 향해 들판으로 달려갑시 무 앞의 가슴은 우리 모두를 용서하고 받아주고 꽃피웁니다. 사랑하는 이여! 저 향기로운 봄을 찾아 함께 나아갑시다.

– 윤 완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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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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