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새벽이었습니다. 새벽달이 아직도 중천에 걸려 있고 사방의 고요가 흔들림이 없는 동네로 빠져나가 그랜센추럴 파크웨이를 달려 가게 됩니다. 그리고 Hoyt Ave 의 표지를 보고 빠져나가면, 신호등 앞 에서 늘 만나는 차가 있었습니다.
회색 승용차에 소형 트레일러를 달았는데, 커피와 도넛을 팝니다” 라는 표지를 해놓고 있었습니다. 트레일러에는 알루미늄으로 짠 선반 이 있고 그 안에는 작은 전구가 훤하게 켜져 있어, 뜨거운 커피와 도넛 이 저절로 생각나곤 하였습니다.
사순절 새벽기도회에 참여하기를 원하시는 자매들을 위해 픽업 가 는 길에 언제부터였는지 모르나, 그 차는 늘 눈길을 끌었습니다. 누가 그 차를 운전하고 있는지 어두워 볼 수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습니 다. 짐작건대, 맨해튼의 바쁜 골목길에 차를 멈추고, 아침식사도 할 시간 없이 바쁘게 출근하는 이들을 위해 커피와 도넛을 팔기 위해 나서 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뒤를 따라가며 잠시나마 그를 위하여 주님께 기도합니다.
“주님, 그가 해질 무렵 가정으로 돌아올 때는 그의 그물이 가득 차 게 도와주세요. 그가 오늘도 행여 빈손으로 돌아설까 염려가 됩니다. 주님, 그를 찾아주세요”
그 차는 어디론지 정신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아침을 향해 깃털을 펼치며 날아오르는 비둘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곤 합니다.
모두가 잘살기 위해 열심히 뜁니다. 지금보다도 편안하고 여유 있 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 뛰고 달립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 의 중병이 있다면, 일만 할 줄 알고 쉴 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너무 바 쁘기 때문에 이웃을 상실하고, 자아를 잃어버리고, 맹목적인 자기 사 랑에 취하여 중심에 놓여 있는 빈 그물을 채우려고 밤새도록 배를 지 킵니다. 세찬 풍랑이 불어오고 잃어버린 조각배들의 아우성이 들려와 도, 잠시도 멈출 수 없다는 듯이 외면합니다. 그리고 아침이면 또다시 빈 그물을 걷어올리며 긴 한숨으로 먼 대양을 바라봅니다.
한 영혼이 하나님의 영전에 겸손히 서는 모습은 온몸이 떨리도록 기쁘고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얼마나 귀하고 가치 있는 것입니까? 그 먼 옛날, 나의 삶이 태동하기 전에, 누군가가 씨를 뿌리고, 가꾸고 기도의 눈물로 날마다 물을 주어 그리스도인의 터전 안에서 생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의 영혼이 눈을 뜨기 전, 황폐한 내 영혼을 위하여 누군가가 목이 메도록 기도하시고, 뜨겁게 사랑하시어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체험하기까지 그 수고와 기도의 열매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과거에 나를 스쳐갔던 많은 그리스도 인들, 그들은 주님의 부활을 만난 사람들이었으며, 예수님의 산 증인들이었습니다. 비로소 유년주일학교를 다닐 때 주일학교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설교와 찬송 인도, 말씀 설교에 감사를 하게 됩니다. 그 당시 주일학교에서 받았던 쪽복음을 신기하게 들여다보던 생각이 납니다.
그 쪽복음 뒤에는 바다 건너 살고 있는,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의 기도의 함성이 있었습니다.
삶의 고난과 아픔을 통하여 인간은 비로소 바다 가운데 방치되어 있음을 발견케 됩니다. 내 가슴 한복판, 오랜 세월 동안 이끼가 낀 그 물들을 우리는 먼저 그리스도 안에서 말끔히 씻어야만 합니다. 상하 고 깨어진 부분이 잘리는 아픔 속에서도 튼튼히 기워야 합니다. 인간 이 할 수 있는 일은 겸손하게 눈물로 집고 닦아, 승복의 자세로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어떠하셨습니까? 햇살이 치솟아 오르는 맨해튼의 거리에 깊게 드려졌던 당신의 그물이 차오르던가요? 어제도 빈 그물이었다고 요? 그래요. 삶은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요?
우리는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고 커피를 마시고, 허기진 공복을 채우 려 도넛을 먹어도, 우리의 영원한 시장을 어찌 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분이 말씀하셨어요. 그 부활하신 분이 직접 제 배에 올라오 셔서 그물을 오른편으로 던져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라고요 … … 그 물을 오른편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맞아요. 쉽지는 않죠. 그러 나 언제까지 슬픔과 절망의 빈 그물만 거두시겠어요?”
우리 주님 죽음을 박차고 부활하신 이 아침 “커피와 도넛을 팝니 다”라는 팻말을 달고 어딘지 모르게 정신없이 달려가던, 빨간 신호등 앞에서 만나던 회색빛 승용차가 느닷없이 생각납니다.
– 윤 완희, 목사관 서신 (아름다움을 위하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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