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가 활짝 피는 날이면, 나드향유 향기롭게 천지에 가득해 옵니다.
평생에 한번이자 마지막으로 기쁨을 담은 사랑의 진액, 아낌없이 옥합을 깨뜨렸습니다.
주님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면, 두려움 모르는 마리아의 헌신과 겸손, 풀잎처럼 돋아나는 여인의 향기, 봄 바람에 오늘도 향취되어 피어 오릅니다.
진달래가 활짝 피는 날이면, 베드로의 휘파람소리 꽃안개로 날아옵 니다.
“호산나!’ 외침 속에 천생 가난 떨쳐버리려, 두 어깨를 활짝 펴던 베 드로의 너털웃음, 예루살렘 길이 출세의 길인 양 주님 타신 당나귀 당 당히 붙들고 앞장서 걷던 수제자! 닭이 울기 전, 눈부신 날을 맞기 위해 패배의 가슴앓이 홀로 앓아야 했습니다.
진달래가 활짝 피는 날이면, 대지 위에 새눈을 틔우지 못한 유다의 한이 들려옵니다.
묵직한 은화 삼십, 허리춤에 매어달고 대제사장 뜰을 오가던 가롯 유다의 어두운 눈길, 생명과 바꾼 피의 값을 어찌할까? 어찌할까? 자꾸만 짤랑거리며 세어봅니다.
“사랑하는 우리 주님, 십자가 형틀이라니 이 일을 어찌 할까? 가슴이 까맣게 그을러옵니다.
진달래가 활짝 피는 날이면, 그날의 배신 퍼렇게 되살아 가슴을 적십니다.
“길을 비켜라 길을 비켜라 유대인의 왕이 걸어가신다’ 검은 투구 깃발 날리며 쟁쟁거리는 로마 군인들의 구소리, 저주의 외친, 쇠사 슬 소리•••••. 짓이겨진 주님의 어깻죽지, 찢어진 겉옷 자락, 땀에 배 어, 피에 젖어 휘감긴 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시고, 진액이 다하여 쓰 러지시고, 십자가에 채이시고•••••.
“성전을 헐고, 삼일 만에 일으키겠다던 자를 보아라!”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는 자의 몰골을 보라!”
“하나님의 아들이라며 거룩하신 하나님을 모욕하던 자의 최후를 보아라!”
“스스로 안식일의 주인이라며 율법을 어기던 자를 보아라!”
“창녀와 세리와 가난한 죄인들의 친구라 명하던 이를 보아라!
피조물들의 비아냥거림 하늘을 뒤흔듭니다.
진달래가 활짝 피는 날이면, 우리 주님 흘리신 보혈의 흔적 연한 꽃 잎 속에 타오릅니다.
죄의 사슬에 꽁꽁 얽매여 있는 이 죄인에게 자유 주시고자 하늘 염광을 버리신 주님!
땅만 보고 사는 이 죄인에게 하늘을 보여주시고자 온갖 화롱과 멸시를 받으신 주님!
삶의 허상 따라 사는 이 죄인에게 참 삶의 기쁨 안겨주시고자, 손과 발 못박히신 주님!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죄인에게 영생을 주시고자 십자가의 죽음을 자초하신 주님!
진달래가 활짝 피어나는 날이면, 가지마다 움터 오는 갈보리의 신음 소리!
생명이 잉태되는 소리!
죽음이 정복되는 승리의 외침!
어둠이 갈라지고 빛이 쏟아지는 소리!
인류의 바벨탑이 가라앉는 소리!
담과 담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
노예가 풀려나는 해방의 소리!
손과 손을 잡아주는 소리!
휘장이 찢어지는 소리!
…소리 …소리.
진달래가 활짝 피어나는 날이면, 들려오는 주님의 음성 “이젠 다 이 루었다!”
육신의 물과 피를 다 쏟으시고, 겉옷은 제비뽑아 갈같이 나누이고…. 생명을 나눠주시고자, 생명을 버리신 주님!
아- 아- 이 죄인에게 영생의 봄을 주기 위해, 올해도 짊어지신 주님의 십자가!
주님의 고난과 죽음! 주님의 부활과 승리! 할렐루야!
윤 완희, 믿음의 청사진, 선물,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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