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타는 사람들 중에는 요즈음 빙벽등반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폭포나 계곡이 강추위에 얼어붙은 가파르고 위험한 곳만을 찾아 오르는 이들은, 악천후의 눈과 빙판길의 위험을 헤치고 얼음벽을 찍어가며, 밧줄 하나로 목숨을 걸고 올라가는 긴장감을 즐기는 스포츠라고 합니다. 잘못하면 무겁고 뾰족한 얼음덩어리가 몸위로 떨어져 내릴수 있고 균열된 얼음이 그대로 부서져 내려, 딛고 있던 발이 공중에 “붕” 뜰수 있는 극한 상황에 도달하여 목숨을 잃는 예도 비일비재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겨울 산행을 만끽한답니다. 빙벽등산의 위험에서 오는 도전과 성취감, 자아와의 싸움에의 승리를 제대로 맛보지 못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해보지 않고는 묻지도 말라!”고 외면 할 것 같습니다.
1995년 12월 12일, 남극의 빙원- 태고의 숨결이 잠들어있는 남극 최고봉인 빈슨매시프(5140m)에 한국인 허용호씨가, 가슴에 품고 있던 태극기를 펴내면서 정복의 기쁨을 언땅 위에서 마음껏 만끽하였습니다. 1954년생인 그는 16세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했으며, 1982년에 세계 5위봉인 마칼루(8463m)에 오르면서 구도자적인 그의 산행은 세인들의 주목을 받게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세계 최초의 3극점과 7대륙을 정복하여 인간승리의 깃발을 세계 만방에 펄럭이게 되었음에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허용호씨가 밟았던 얼음 산들과, 혹독한 추위, 방향감각조차 잡지 못하고 이 산과 저 산을, 피곤과 동상으로 마비된 다리를 이끌고 헤매이던 날들과 죽음을 앞둔 눈보라의 위험, 외로움, 굶주림, 후회, 두려움, 자아와의 싸움등을 잠시 더듬어 보았습니다. 그의 “묻지말라,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라고 독백 처럼 외친 말속에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본능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의 태고의 공백에의 접근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시도 중의 하나 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몇주전에 불어닥친 눈사태에 도시전체가 마비되는 경험을 겪으면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자연에의 정복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은 먹고 자고 편안한 가운데서도 결국 만족 할 수 없음을 봅니다. 어느 누가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행복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하여도, 그것 역시 불완전하고 온전히 성숙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완전성과 행복은 고난과 역경을 통해 평생의 삶 속에 조금씩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종 위험을 무릎 쓴, 바위타기, 번지점핑, 빙벽등반, 행글라이더등의 목숨을 건 스포츠를 통해, 정복의 희열을 맛보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그만큼 자기성취의 다양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 미지의 세계에 대한도전은 인간의 역사가 진행되는 한 계속되리라 봅니다.
인간의 자연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마찬가지로 진리의 세계, 영원의 세계를 향하여 도전하는 일은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더군다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산정을 향해 날마다 나아가는 일은 성령님의 도움없이는 한치도 앞을 향해 나아 갈 수 없음을 순간 순간 느끼게 됩니다. 삶의 거센 바람과, 때로는 피곤한 육신을 포근히 잠들도록 유혹하는 미풍은 우리의 발걸음을 주저하거나 멈추게 하려 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지으시고 그 안에 영혼을 사모하는 마음을(전도서 3:11) 주셨다고 성경은 말씀하십니다. 영혼을 사모하는 자! 그 산정을 향하여 오늘도 기도의 밧줄로 그 산을 오르는 이들은, 이미 믿음의 승리를 이루신 분들입니다. 진리 안에서의 자유와 기쁨, 평화를 맛 본 이들은 그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산정을 향해 나아가기를 결코 포기치 않습니다. 그 진리의 산정에 도달하기 전까지 쉬임이란 결코 용납 될 수 없습니다.
저도 많은 시간과 날들 속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두려워 고통할때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순간에 좌절하고, 산정을 오르는 일을 거두고 싶은 상황이 올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오를 산정, 나의 목적지는 분명히 정해져 있으므로 주저 할 수 없습니다. 해가 어두워지기 전, 내 육신이 쇠약해지기 전에 어서 넘어가야 만 할 험준산령을 포기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지구의 끝을 향하여, 또는 빙벽등반등을 통하여 사람들은 자기 삶의 의미와 성취를 찾기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또한 자신의 삶의 추구함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을 다해 도전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것들이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 그 가치를 바라 볼 수 있는 눈조차 하나님이 허락치 않으면 감히 볼 수 없습니다. 영원을 향한 자아와의 싸움, 언젠가 승리의 깃발을 날리는 날까지 쉬지 말아야 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윤 완 희, <1995년 1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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