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뤄오던 텃밭을 손보기 위해 뒷뜰에 나가 보았습니다. 진작에 손을 보고 분가를 해주었어야 되는데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나가보니, 상추, 깻잎, 딸기, 오이, 호박이 한대 어울려 저마다 안간힘을 쓰며 힘들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가는 허리를 내밀고 있는 부추잎 사이에 깻잎들이 자라나고, 겨울내내 쉬지도 않고 넝쿨을 뻗어가던 딸기가 왠만한 땅은 다 점령 한채, 초록의 깃발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모두가 어울어져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틈 사이에 작년 가을, 나무 위에서 떨어졌던 도토리들도 여기 저기서 어엿이 그 뿌리를 내리고 한자리들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조그만 땅조각이 무질서와 혼돈으로 가득하였습니다. 그동안 바쁘다고 핑계를 대고 시간을 내지 못하는 동안에도 땅은 열심히 쉬지않고 생명을 키우고 있었으며, 심지 않은 것들과 심은 것들이 너도나도 숨가쁘게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미안한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텃밭을 향하여 꽃삽을 들고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도토리 나무의 어린 뿌리가 잘 뽑혀지지 않았으나, 그냥 놔둘 수 없었었습니다. 가장 왕성한 번식을 하였던 딸기 넝쿨들도 뽑아내거나, 빈 땅으로 옮겨주었습니다. 엉겅퀴와 풀들도 사정없이 잘라내고 걷어내면서 여유를 주었습니다.
그동안 몇년째 물없이 누렇게 생명 만 유지하고 있던 미나리는 여러개의 물통에 옮겨 주고 넉넉히 물을 부어주고 나니, 하늘을 안은 미나리들이 앞다투어 감사하다고 고개를 살랑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렇게 말없는 식물들도 조금 만 사랑해주고 돌봐주면 감사해하는데, 사람들에게 너무나 무관심하고 예민하지 못하여 그들의 삶이 누렁 잎사귀 같은 모습은 모두가 내탓이구나! 싶었습니다. 생기를 얻은 미나리들의 잎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동그랗게 무늬를 그리며 금방이라도 청개구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개골 개골“ 울어줄 것 만 같았습니다.
한나절을 엎드리어 땀을 흘리며, 흙을 손에 묻히고보니 그토록 무질서 하던 텃밭이 이제는 한눈에 질서있는 모습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텃밭을 들여다 보면서 나의 영혼도 잠시라도 돌봐주지 않으면 저모양으로 있겠지! 하며 제 영혼의 텃밭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심지 않은 잡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듯, 세상 것들은 씨를 뿌리지 않아도 영혼의 밭에 떨어지기 만 하면 금방 깊은 뿌리를 내립니다. 교만, 판단, 분노와 탐욕의 씨앗은 순식간에 자라고 무성하게 덮어버립니다. 그러나, 진실되고 성화된 믿음의 씨앗은 참으로 힘들게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여 올립니다. 그러나, 싹이 오를 때에는 별로 달라보이지 않으나, 어느날 그 아름다움의 꽃을 피울 때에는 그 향취와 자태 앞에 모두가 반하게 됩니다. 그 아름다움과 향기는 많은 세대를 넘으며 발하게 됩니다.
텃밭의 잡초를 뽑아내고 가꾸는 것- 마음을 비우며 믿음을 키워나가는 비결입니다. 마음의 잡풀이 하나 둘 싹트기 시작할 때, 매일 매일 돌아보지 아니하면, 믿음의 씨앗은 연약해지고 병들어 갑니다. 어느새 찾아온 적당과 타협의 넝쿨들이 마음
밭을 뒤덮어버립니다. 한포기 믿음의 나무를 키우기 위해선 말씀으로 심령의 밭을 다스리고 기도의 땀흘림이 있어야 합니다. 끊임없는 영적인 노동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육신의 안이함에 맞서 투쟁해야 만이 얻어질 수 있는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새가 있고 바람이 있고, 흙의 향기와 살아있는 생명들이 물결치는 텃밭은, 하나님이 함께하는 곳이기에 마음에 즐거움과 기쁨이 있습니다. 푸성귀들을 돌보고 바라보는 동안 지치고 피곤한 영혼에 소생하는 힘을 얻습니다. 영혼의 텃밭- 시간과 정열을 쏟아 가꾸어야 될 귀한 장소입니다. 이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것들이 쓸만한 것들인지, 아니면 나의 영혼을 병들고 지치게 하는 잡초들인지 깨어 돌봐야 합니다. 겸손과 사랑, 기쁨과 감사, 찬양과 경배의 화초들이 질서있고 아름답게 자라는 텃밭은 나의 쉼터가 됩니다.
텃밭의 잡풀들을 뽑고나니 마음도 즐겁고 상쾌해집니다. 제 영혼의 텃밭에 자라고 있는 세상을 향한 온갖 허영심과 미련의 잡풀들 위에 말씀과 기도의 삽을 들어봅니다.
윤 완희. 7/18/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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