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

– 1965, 고요 속에 바쳐진 하나의 생.

그 해의 태양 아래,
삭막하고 과열된 빛 아래서
쫓기다, 허기에 꺾여,
쓰러지며 퍼덕이던
어떤 몸짓—

(기억인가, 반복인가)

오늘로 뛰어들 수 없어
발목이 붙잡힌 채,
주홍빛 노을 속을 배회한다—
끝내 도착하지 못하는 저녁.

퍼덕임, 오직 그것—
의미를 갖기 전의 몸짓,
이름 붙여지기 전의 흔들림.

사람 대신 치러질 값을
미래의 허공에 던져놓고
(누가 그것을 거둘 것인가)

수평선 너머—
끝이 없다 말하면서도
끝을 상상하는 나,
그곳에 또 하나의 내가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사라졌는가.

그리고 그 날—
파도가 소리를 가진 짐승처럼
고함치던 날—

나는 싸움을 외면한 채
붙잡았던 것을 놓쳤다.

날개였는지,
아니면 단지
날개라고 믿었던 무엇이었는지.

남은 것은
미련,
그리고 언어의 투쟁—

말은 닿지 못하고,
침묵은 더 깊어진다.

모래 벌판 위에
또다시
공허가 깃발처럼 일어나
허공을 향해 흔들린다.

(아무도 읽지 않는 신호)

그리고 나는 묻는다—
이 한 생은
이미 바쳐진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지연되고 있는 제물인가.

— 윤 태헌

(국군이 월남 퍄병했던 해, 16세의 가장 우울했던 날들의 기억을 담았던 최초 나의 시를 다시 편집)

Unknown's avatar

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This entry was posted in Poetry. Bookmark the permalink.

Leave a comment